"송도 대형병원들 이미 외국인환자 받는데 … "
'국내 1호' 영리병원이 제주에 문을 열게 되면서 영리병원 유치가 가능한 경제자유구역의 정책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여년 넘게 영리병원을 고집하다 최근 비영리병원 유치로 입장을 선회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번 제주 개원 허가의 영향을 크게 보지 않고 있다.

5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도청에서 서귀포시 동홍동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조건부 허가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한다는 조건을 달고 진료과목을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다.

영리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해 주로 외국인 환자들에게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비영리병원이 병원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료시설 확충과 연구비 등 병원에 재투자한다면, 영리병원은 기업처럼 이윤을 남겨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미화 500만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을 제주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정해 허용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영리병원 유치 계획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의료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도입의 근거가 마련됐으며, 박근혜 정부와 유정복 시정부가 맞물린 2014년 8월 송도 영리병원 유치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의 반발, 낮은 투자 가능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인천경제청은 국제병원만 들어올 수 있는 영리병원 예정 부지(송도동 28의 1 일원, 8만여㎡)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국내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산자부 산하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8월 경제청이 제출한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IBD) 개발계획 변경(안)' 심의해 원안 의결했다.

인천경제청은 영리와 비영리 '투트랙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영리병원 유치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중국 관광객과 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이 크다. 수술과 치료 중심의 병원이라기 보다 성형 등 미용과 건강검진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라며 "송도에는 향후 세브란스병원 건립이 예정돼 있고 대형병원들에서도 외국인 환자를 받다 보니 영리병원의 경쟁력이 다소 낮아진 게 사실이다.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모두 가능성을 열어 두겠지만 아무래도 비영리병원 유치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냐"라고 설명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