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지반침하로 주민 불안
이번엔 온수관 파열 날벼락
신도시 낡은기반 원인 지목
전문가 "지하시설 점검 필요"
▲ 5일 오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와 관련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850㎜짜리 열 수송관이 터져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나면서 1기 신도시 지하시설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백석동 지역은 잦은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을 불안케 한 곳이다.

이에 따라 조성한 지 30년이 다 된 일산신도시의 기반시설이 낡아 잦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발생한 열 수송관 파열 사고현장은 마치 폭격을 당한 모습이었다.

2m 깊이 땅에 매설된 열 수송관은 일산신도시 조성 때인 1991년에 설치한 낡은 관이다.

잔뜩 녹이 난데다 균열까지 생긴 열수송관 윗부분은 높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파편이 수십m를 날아갔다.

5일 고양시에 따르면 사고 때 100도에 달하는 고온의 물이 50∼100m 높이로 치솟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흰 수증기 때문에 앞을 보기 어려웠던 시민들은 갑자기 쏟아진 뜨거운 물에 속수무책으로 화상을 입었다.

고양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관계자는 모두 "27년 된 열 수송관이 낡아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땅속에는 열공급관 외에도 상·하수도관, 가스 공급관 등 수많은 기반시설이 매설돼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동 지역은 잦은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2월6일 이번 사고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편도 5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된 바 있다.

당시 땅 꺼짐 현상은 2개 차로에 길이 30m 폭 5~10㎝, 인도에 길이 3m 폭 10㎝가량의 균열이 발생한 바 있다.

2016년 7월에는 백석동 인근 장항동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길을 가던 60대 여성이 빠져 다친 바 있다.

2005년에도 이번 사고 지점과 가까운 인도에서 20대 남성이 직경 1m, 깊이 3m의 구덩이에 빠져 30분 만에 행인에게 발견돼 구조된 바 있다.

3건 중 2건은 인근에 공사현장이 있어 터파기 등 공사로 지반이 약해져 땅 꺼짐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가 지난해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건 중 3건이 낡은 상·하수도관 때문으로 분석된 바 있다.

기반시설 노후화가 잦은 지반 침하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일산신도시는 1989년 4월 1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 뒤 1992년에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래된 신도시의 기반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석환 대진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원인 분석을 해야 하겠으나 지하시설물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일산신도시는 농경지에 조성된 데다 한강 인근이라 지하 수위도 높아 지반이 변형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양=김은섭 기자 j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