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7. 미역 <끝>

구입 때 장사꾼이 주는 방법으로 순산 점쳐


미역은 우리나라 전연안에 분포하는 특산 해조이며, 일반적으로 저조선 부근에서 점심대(漸深帶)에 걸쳐 서식하나 남부에서는 깊은 곳에, 북부에서는 얕은 곳에 서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연안의 암초상에 많이 분포하며 조류가 빠른 곳에 좋은 품질의 미역밭이 있고, 조류가 느린 곳에서는 품질이 좋지 않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이것을 채취하여 식용으로 한 역사는 매우 오래 된다.

미역은 다시마와 가까운 친척으로 잎의 표면은 점액이 많이 분비되어 미끌미끌하고 해변의 바위나 돌에 무리 지어 자란다. 그러나 다시마와는 달리 미역에는 띠 모양의 잎 중앙을 따라 굵은 줄기가 발달해 있고, 성숙시기가 되면 뿌리 위쪽에 쭈글쭈글한 모양의 미역귀가 생성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가을에서 겨울 동안에 걸쳐 자라고,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면 녹아 없어져버린다.

우리나라에는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제일 먼저 흰밥과 미역국을 끊여주는 풍속이 있다. 미역에는 칼슘 함량이 많을 뿐 아니라 흡수율이 높아서 산모에게 좋고, 갑상선 호르몬의 주성분인 요오드의 함량이 많아 젖을 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산모는 임신과 출산과정을 거치면서 갑상선 호르몬의 상당량을 태아에게 주기 때문에 몸이 붓게 된다. 미역은 요오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몸속의 굳은 혈액을 풀어 주고 몸이 붓는 것을 방지해준다. 이밖에 각종 무기물의 함량이 높고 혈압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작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섬유질 함량이 높아 장 운동을 촉진시킨다.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미역을 뜯어먹고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사람들은 산후의 산부에게 미역을 먹인다'라고 <초학기>라는 문헌은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해채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氣)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산모가 먹을 미역을 해산미역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살 때는 넓고 길게 붙은 것으로 고르며 값을 깎지 않았다. 또 사람들은 장사꾼이 미역을 그대로 주는가, 꺾어서 주는가에 따라 순산을 점쳐보기도 했다. 미역을 꺾어주면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난산을 한다는 속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기가 똑바로 잘 빠져나오기를 바라는 뜻으로 장사꾼들은 산모가 먹을 미역을 새끼줄로 묶어 팔기도 했다.

미역은 갈조식물로 광합성을 하면서 라미닌이라는 성분을 얻는다. 이는 혈압강화 효과 및 혈액 속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데, 이 작용은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혈압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해조류를 꾸준히 섭취하면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하는 사람에게 좋고, 다시마와 함께 알긴산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몸 속에 쌓여있는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 등의 유해 물질 배출에 도움을 준다.

예로부터 미역은 말려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므로 좋은 먹거리로 활용되어 왔다. 미역은 녹색이 짙고 광택이 있으며, 탄력이 있고 두꺼운 것이 좋으며, 소금물에 씻은 후 살짝 데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좋다. 미역을 이용한 요리로는 흐르는 물에 헹군 후 쇠고기, 홍합, 광어 등을 넣어서 국을 끓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과 함께 생으로 먹거나 야채와 같이 팬에 볶은 미역줄기볶음, 여름철 시원하게 먹는 오이미역냉국, 잘게 썰어 장과 기름을 치고 주물러 무친 양파미역무침과 미역초무침, 생미역에 초고추장을 얹어 먹는 미역쌈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최근에는 미역귀에서 추출한 후코이단을 이용한 영양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국라면 등 많은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정남주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