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은 예산과 공을 들였다지만 난감한 상황이다. 경제정책 문외한일지언정 그럴 거라 봤다. 일자리는 줄면 줄었지 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정보통신사회의 궁극적 좌표는 무인화, 자동화라는 점에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란 구호는 공허하다.
일자리는 없애기 쉬워도 만들기는 쉽잖다. 요즘 같은 첨단산업시대에선 더욱 그렇다. 일자리는 빠르게 대규모로 사라지는 반면 느는 속도는 느리다. 는다 한들 노동의 질이 낮아 일자리 창출이란 야심찬 기획을 남루하게 만든다.

반면, 일자리 없애기는 산업 전반에서 드넓게 벌어진다. 은행권의 움직임은 일찌감치 포착됐다.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거침없이 그 길을 간다. 무인점포는 그 징표다. 사람 몰아낸 자리는 키오스크와 ATM이 들어앉았다. 신한은행은 4년 전부터 서서히, 그러나 멈춤 없이 36곳을 무인화 했다. 물론 진행형이며 속도는 더 빨라질 거다. 여타 은행 역시 앞 다퉈 같은 길에 합류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체인 형 마트들도 무인화에 속도를 낸다. 원가절감은 경영의 최고 덕목. 인건비부터 줄이자는 거다. 이마트24는 무인점포로 출발했고, 세븐일레븐도 그리 향하고 있다. 이마트도 자율주행 쇼핑카트까지 내놔 구매와 결재를 사람 없이 할 수 있도록 하겠단다.

이 뿐인가, 오래 전 번역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통역 역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무인경비시스템은 퇴직자나 노인 일자리마저 빼앗고, 기능화 된 주차장에는 사람이 사라졌다. 스마트한 전철에도 운전자가 없고, 대형 공공시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는 시대다.

이에 더 해 5G무선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산업 부문 자동화(일자리 파괴)는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다. 5G는 자율주행차나 산업용 무인중장비, 스마트공장, 산업로봇이나 인공지능 등 기능 고도화에 필수 요소기 때문이다. 이 또한 누군가에겐 반갑겠지만 누군가의 재앙일 수 있다. 특히 실업은 주로 사회적 약자 쪽을 향하지만, 이렇다 할 방어기재 없는 이들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러니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 급작스럽게 대규모로 진행되는 일자리 파괴를 완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