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경기 북부취재본부부국장

정부는 경제적·사회적·지리적 어려움으로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누리기 힘든 저소득층 가정에 연간 1인당 7만원을 지원한다. 도서·음반·영화·공연·전시·문화체험·숙박·여행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한다. 온·오프 가맹점을 통해 당해 연도 12월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사업별 추진 실적을 광역자치단체별로 매년 평가를 한다. 경기도는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시·군별 평가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 시·군 평가는 지난 9월30일까지 추진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시·군에서는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화누리카드의 경우 시·군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고 카드 발급자를 대상으로 9월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10월은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도 시·군의 사용 독려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문화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사업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지난 9월 말까지 카드사용을 독려할 때 한 시설 담당자는 "사용자가 카드를 알아서 쓰면 되는데, 왜 시기까지 정해주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다음 연도엔 카드 발급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가입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적 차이로 인해 가맹점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군에서는 이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어느 시에선 전체 가맹점 중 모텔 비율이 20% 이상 차지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기엔 지역적 편차가 크다. 어린 학생들에게 필요한 문구류나 어르신들에 한해 목욕탕과 미용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 가입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수혜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정책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용자 편의가 아닌 행정기관 편의에 의해 사업이 재단되는 일은 앞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사업 추진 시 본디 취지를 살리고 이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