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 의정부예술의전당 큐레이터
권지안 작가
▲ 지역 문화예술인 발굴과 다문화가정의 미술교육을 도맡은 김유리 의정부예술의전당 큐레이터가 수줍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김유리 의정부예술의전당 큐레이터
원석을 보듬고 내걸어 … 비로소 '진짜 작품'으로

전시장에 내걸린 수많은 '작품'들이 비로소 '작품'으로 불리기까지 작업물 하나만 가지고는 설명이 어렵다. 전시장이 하나의 무대라면 무대 위 작품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연출자의 힘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전시장의 연출자, 큐레이터. 이들은 작업물 최후의 순간에 날개를 달아 작품의 탄생으로 연결 짓는다. 여기 원석 같은 작가들의 날개를 달아주는 큐레이터가 있다. 내친김에 '우리 지역'까지 날게 한 김유리(38) 큐레이터를 만났다.

"경기북부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공간이에요. 지역 예술 자원을 발굴하고 남북 평화의 시대를 맞아 접경 지역인 경기북부, 그리고 북부의 중심 허브가 되는 의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앳된 얼굴의 여성이 한달음에 달려와 반갑게 맞이한다. "인터뷰하니깐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아요."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똑 부러진 말투로 소신을 내뱉는 당찬 그녀의 모습에서 쑥스럽고 어색해 하던 좀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유리 큐레이터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 기획일을 도맡으며 5년째 큐레이터로 활동해 오고 있다.
그녀가 처음부터 큐레이터 일을 해 왔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큐레이터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첫 시작은 서양화를 그리는 작가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부딪힌 냉혹한 현실은 작가로서 걸림돌이 됐다.

"작가가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기반이 필요했고 권위 있는 대회의 당선 이력이나 관계기관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어려운 상황이 맞물리면서 전시 기획이라는 것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큐레이터로서 삶을 살게 됐죠. 작가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제가 거쳐 왔던 지점들에 서있는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큐레이터는 자신이 뼈저리게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을 예술가들을 위해 '신진작가 공모전'을 기획하고 총괄 큐레이팅을 맡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신진 작가 공모전을 1회부터 기획해오면서 공모전의 이력을 발판 삼아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작가들을 보면서 저 또한 보람을 느낍니다."

해마다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 전시회, '졸업사진 레展드'도 그녀의 손에서 탄생됐다.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은 당대 최고의 셀럽이나 인기 캐릭터의 복장을 하고 기존의 틀을 벗어난 졸업사진 촬영을 통해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김 큐레이터는 학생 한 명 한명 초상권 동의를 구하고 졸업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

"우스갯 소리로 일다운 일 했네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시회 가운데 하나죠.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 하나의 문화자원으로써 지역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도 전시회를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던 전시회로 기억됩니다."

최근 김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일은 물론, 사회공헌 사업인 '2018 청소년의 멘토 KB 다문화 미술학교'의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100명 정도의 다문화 가정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통합예술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정서적 포용을 도모하고 편차 없는 문화예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사업입니다."

지역 문화예술의 융성과 신진 예술 작가 발굴에 앞장서 온 그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8 신진여성문화인 시상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나 신진작가 발굴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해오며 특히 여성들의 문화예술계 저변 확대를 위해 힘써온 점이 높이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잘해서 준 상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주신 상으로 알고 노력하겠습니다."

#해시태그 토크
#사회공헌사업 #전시기획 #호기심
제가 시작했던 모든 일의 동기에는 호기심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궁금한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호기심은 제가 하는 작업으로 이어졌기에 호기심을 키워드로 꼽겠습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연기자,가수에 이어  화가에 도전한 그녀. 다재다능한 아트스트 권지안(솔비) 의 모습이 아름답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연기자,가수에 이어 화가에 도전한 그녀. 다재다능한 아트스트 권지안(솔비) 의 모습이 아름답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권지안 작가
마이크 대신 잡은 붓 … '또다른 나'의 색 입혔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 발랄 매력의 소유자, 로마 제국의 아련한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로마공주(?), 그녀를 수식하는 말들만 들어도 누군지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혜성같이 등장한 댄스 그룹 타이푼의 보컬이자 2000년대 초 예능 프로그램을 주름 잡던 그녀가 돌연 마이크 대신 붓을 잡고 작가 권지안(34)으로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을 거닐던 연예인 솔비가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작가 권지안을 찾아 나선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람 냄새 나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작가 권지안을 만났다.

"롤 모델을 찾기보다 자기 자신이 롤 모델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제의 내 모습에 후회하지 않고 내일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누가 뭐라 해도 나답게 살아간다면 멋진 인생이 아닐까요?"

양주의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운치 있는 오두막집 하나가 보인다. 문 밖으로 흘러나온 음악과 함께 들어선 작업실 벽면에는 갈필(渴筆)로 채워진 대형 캔버스들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작품들이 극단적이죠?" 미소 띤 그녀의 첫마디가 서먹한 분위기를 녹인다. 그 순간 브라운관에서 보아왔던 연예인 솔비와는 다른 진중한 분위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가수와 예능인 사이를 오가던 솔비가 작가 권지안으로 붓을 잡은 지도 올해로 벌써 6년째. 치유를 목적으로 시작한 미술은 그녀가 살아가는 버팀목이 됐다.
그림에 'ㄱ'자도 모르던 당시,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던 솔비에게 불현듯 슬럼프가 찾아왔다.

"감사하게도 가수 데뷔 이후 신인시절부터 운이 따랐어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 행운이 고맙기도 했지만 지치기도 했죠. 그러다 문득, 노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깊어진 우울증은 저를 벼랑끝까지 몰고 갔죠."
화려하고 강해 보였던 그녀의 이면에는 남모를 고통을 숨긴 채 살아야 했던 지난날의 아픔이 자리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산에 올랐죠. 절벽이 내려다 보이는 어느 지점에 도착하고 보니 드는 생각이 이곳에서 발을 떼고 날았으면 좋겠다였어요. 발을 떼려는 순간 기적처럼 누군가 저에게 말하더라고요. 아직 더 살아야 한다고.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우울증 치료에 임하기로 결심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어요."

치료를 목적으로 시작한 그림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슴 속 응어리들을 캔버스 위로 쏟아내자 그녀를 괴롭히던 우울증은 사라져 갔다. 놀란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예술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대중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우연히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보게 됐는데 미술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함이라는 구절이 적혀있더라고요. 재능은 없었지만 그림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미술이 때론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처럼요."

미술을 통해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권 작가는 지난날의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매년마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면 상담을 통한 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이가 안 생겨서 고민을 하던 한 여성분이 SNS에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비록 큰 도움은 아니었지만 위로의 말들을 전했죠. 그러다 그분이 아이를 가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어요. 내 작은 힘이 그분에게 힘이 됐다고 하니 도리어 제가 감사하더라고요."

데뷔 13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연예인 솔비가 권지안을 찾아 나선 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솔비는 화려해야 해요. 반대로 권지안은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죠. 둘은 다르지만 솔비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는 권지안이 필요해요.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살아가고 싶어요. 보다 책임감을 갖고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해시태그 토크
#아트테이너 #빌라빌라콜라 #누가 뭐라 해도 나답게
아트테이너는 말 그대로 아트와 엔터테이너를 합친 말로 저를 가장 잘 수식해주는 말입니다. 빌라빌라콜라는 저의 작업실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시민들에게 개방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