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반백년 동안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던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두 명의 대통령 가운데 하나다. 그는 24시간 뉴스만 방송하는 CNN이 개국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일어난 걸프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패트리엇 미사일로 격추시키는 기가 막힌 장면을 전 세계로 선보이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을 바보라고 부르며 경제 실정을 공략하자 재집권에 실패했다. 그래도 그는 클린턴을 자신의 아들들만큼 아꼈고 클린턴 전 대통령도 대통령들 사이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의 아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 역사에 남을 대규모 실패를 많이 저질렀다. 그의 임기 초반에는 9·11 테러가 발생했고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벌인 이라크 전쟁에서는 정작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해 오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한 뒤 첫 해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지역을 강타했는데 그 대응이 무능력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으며 임기 마지막에는 2008 서브프라임 몰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문제로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백악관에 근무하며 대통령 정치를 관찰했던 일레인 카마르크는 그녀의 책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대통령의 실패원인을 진단한다. 그녀는 이 모든 실패는 실상 사전에 충분한 예후나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제대로 된 대책만 미리 잘 세우고 집행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9·11 테러만 해도 이미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말부터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고 있었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도 9·11 테러 직전에 이와 관련된 미 중앙정보부(CIA)의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미 중앙정보부 관리에게 수고했다고 말한 뒤 바로 낚시하러 떠나고 말았다.
저자는 책에서 대통령이 반드시 실패하라는 법은 없고 반드시 실패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한다. 단 저자는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책, 소통, 그리고 실행능력. 여기에서 정책이란 공약이기도 하고 현안에 대한 대책이기도 하고 하다. 사실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이나 인천시장이나 자신의 공약이 있고 현안에 대한 정책이 없을 수 없다.

물론 저자는 정책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9·11 테러에 앞서 빈 라덴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분석이 있었어야 했고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 내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전쟁을 일으켜야 했으며 2008 금융위기 전에 쌓여가던 경제지표 상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했어야 했듯이 정확한 진단과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소통이다. 여기에서 소통이란 조금 다르다. 미국의 대통령은 이른바 '상시적인 대선 캠페인'이라는 말과 같이 대선이 없는 시기에도 선거운동하듯이 너무 자주 언론에만 나오고 유권자만 만나러 전국을 누비러 다니느라 바쁘다. 그 대신 장관을 만나거나 정작 필요한 정부부처의 책임자들과 정책을 가다듬고 집행하는 것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선거운동 캠프 관계자나 비서실 직원에 둘러싸여 국사는 사실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정작 일을 하는 공무원과 공공시스템은 새파랗게 젊고 튀는 캠프 관계자나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비서실 직원들의 설익은 정치와 행정행위에 무기력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캠프 출신 관계자나 비서진들보다 전문성있고 훈련을 받은 공무원과 더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는 실행능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고 잘 준비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되어야 하고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월례적으로 실시하는 시도지사 지지도 조사에서 인천시장의 순위는 대대로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새 인천시장도 꼴찌를 하거나 밑에서 2~3등을 하는 중이다.

인천시장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은 시장 개인의 명예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시민의 자긍심과도 관련되어 있다. 정책을 정확한 정보와 의견 수렴 위에서 선도적으로 세워야 한다. 소수의 캠프 관계자에 의지하다보면 유능하고 전문적인 시 공무원들부터 마음이 떠나게 된다. 인천의 현안과 역사를 잘 알고 인천을 사랑하는 인재가 귀하게 등용되고 시스템적으로 시정이 운영된다면 조금씩이나마 지지율이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