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매주 금요일 경인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난주 방송 중 백영규(가수) 씨가 내게 물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힐링해야 할 때 주로 어디를 가느냐" 그날의 주제는 '전등사 템플스테이'였다. "원도심의 골목이나 부둣가를 걷는다. 그곳에 가면 금세 평안해진다." 자동차나 비행기로 멀리 떠나는 '여행'의 답을 기대했던 그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방송용 멘트가 아니었다. 실제로 지쳐있거나 울적해지면 발걸음을 하는 '비밀' 장소가 있다. 만석동 해안길이다. 만석부두 인근 크고 작은 공장과 창고의 뒤를 돌아 들어가면 다소 낯선 바다가 나온다.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중소 규모의 조선소가 있고, 다시 모퉁이를 돌면 수만리 바다를 항해하고 은퇴한 선박을 해체하는 작은 도크도 나온다. 간혹 나포된 낡은 중국 배들도 묶여 있다. 이렇듯 만석동 뒷바다에는 요람부터 무덤까지 선박의 일생이 있다.

사실 이곳은 불편하다. 길을 찾기도 어렵고 걷기에도 편치 않다. 철조망 둘러친 군 초소도 군데군데 있다. 2013년 완성된 인천둘레길 14코스(부둣길:그리운 비린내가 나는 길)에도 살짝 비껴갔다. 인천 바다가 그곳에 그대로 있었지만 외면했던 곳이다. 최근 인천시는 이곳을 눈여겨보고 있다. '원도심균형발전계획' 파일에 포함돼 있다. 만석부두와 화수부두 일원의 철책과 초소를 철거하고 공유수면 위로 걸을 수 있는 데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곳은 내게 오솔길, 숲길, 강둑길이다. 전등사 템플스테이 만큼이나 힐링을 선사하는 '부두 스테이'다. 해안 둘레길이 되면 이제 그곳은 더 이상 내게 특별한 비밀공간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