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요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지난 10월23일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지방의회별로 월정수당의 자율적 인상이 가능해져서다.
월정수당은 지방의원 직무 활동에 대해 지급하는 월급 개념의 수당이다. 지방의원들은 여기에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수집이나 연구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의정활동비'를 합쳐 지급받는다. 지방의원들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질책이 두려워 의정비 인상을 주저해 왔다. 그런데 마침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정비 인상에 명분이 생긴 것이다. 지방의원들은 그동안 의정비가 턱없이 부족했다며 공무원 임금 인상분만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경기도의회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2.6%)에 맞춰 내년 월정수당을 2.6%(117만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초의회도 앞다퉈 월정수당 인상에 앞장서고 있다.

의정부시와 양주시는 최근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월정수당을 각각 2.4%와 2.6% 올리기로 했다. 안성시도 최근 월정수당을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 2.6%만큼 인상하기로 했다. 고양시와 파주시 등 다른 지방의회도 줄줄이 의정비 인상에 동참할 모양새다. 그러나 시민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지방선거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의원들은 벌써 폭행에 뇌물수수, 겸직 위반 등의 지적을 숱하게 받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이 자질 향상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지탄이 무성하다. 그런데도 지방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강행할 태세라고 한다. 시민 혈세인 의정비가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정치인들의 의정비는 세금으로 지급함에 따라 국민 정서에 맞게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지방의회는 의정비를 막무가내식으로 올리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지방의원들은 처음 의회에 등원하면서 명예직으로서 성실히 봉사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의정비 인상과 지방의원의 자질 향상 중 어떤 게 시급한 일인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