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수도 묶어 설치한 시설물
일부만 파손돼도 전체 '마비'되는데
내진성능 취약… 국가시설 아닌곳도

서울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지하 시설물 안전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천지역 지하 공동구 안전에 '빈틈'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에 취약한 시설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공동구도 있었다.

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하 공동구가 설치된 지역은 송도국제도시(총길이 35.7㎞)와 연수구(3.6㎞), 남동구(1.4㎞) 등 3곳이다. 지하 공동구는 전기·통신·수도 등 여러 수송관을 묶어 땅 밑 특정 공간에 설치한 도시기반시설이다.

주민 생활에 직결된 시설이 몰려 있다 보니 일부 구간만 파손돼도 도시 전체가 마비될 수 있어, 현재 지하 공동구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된다. 송도 공동구가 국가중요시설 '나'급, 연수구 공동구가 국가중요시설 '다'급으로 각각 지정된 상태다.

그러나 5년 전 만들어진 남동구 공동구의 경우 아직까지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받지 못했다. 군부대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국가중요시설이 아니면 군부대와의 핫라인이 구축되지 않아 테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외부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얘기다. 행정안전부도 올해 초 이 문제를 지적하며 구에 개선 조치를 요구했다.
연수구 공동구는 지진에 취약하다.

2016년 감사원의 '국민 안전 위협 요소 대응·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이 공동구는 내진 성능이 취약해 지진 발생 때 붕괴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2년 준공된 시설이다 보니 그 당시 내진 성능 기준에는 부합했으나, 2012년 강화된 내진 성능 평가에선 D등급(미흡)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구는 D등급 판정을 받자 2015년부터 2024년까지 32억원을 들여 내진 성능을 보강하는 공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내진 성능 평가를 재점검해보니 D등급이 아닌 C등급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내년 상반기 공동구 내진 보강·진단 용역을 실시해 C등급 이하 결과가 나오면 보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들이 공동구 유지·관리를 민간업체에 맡긴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송도 공동구의 경우 인천경제청이 인천시설공단에 관리 업무를 위임한 반면, 남동구와 연수구는 공동구를 민간업체에 위탁한 상황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 조례상 민간업체가 공동구를 위탁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가중요시설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책임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공동구를 관리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