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중의 '현재와 미래' 질문 던져
▲ 천젠·캐스린 웨더스비·션즈화·밀턴 라이텐 버그 지음, 오일환·이연식·방일권 편역, 채륜, 328쪽, 1만9000원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종전협정 또는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주변국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변화에 중국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중국은 남·북·미 3개국만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중국이야말로 한국전쟁의 교전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체결국으로서 반드시 관련 당사국들은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은 70년 전의 한국전쟁과 휴전협정이 지닌 성격과 의미가 얼마나 심대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한국전쟁의 시점을 1950년 6월25일로 볼 것인가? 아니면 1945년 분단, 또는 1948년 정부수립을 기점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은 김일성인가?, 스탈린인가? 아니면 미국이 유도한 때문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아베, 문재인 이 세 사람이 어울리면 한·미·일 '동맹'이라 부른다. 이들의 불안하고 삐걱거리는 '2인3각'관계를 동맹이라고 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한반도에 피비린내 나는 동족간의 전쟁을 불러온 스탈린, 마오저뚱(毛澤東), 김일성의 관계를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은 상대적으로 '언더 독'이었던 사회주의 진영의 정말 끈끈한 '혈맹'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그렇게 한·미·일과 북·중·소가 똘똘 뭉쳐 힘 대결을 벌인 한국전쟁의 민낯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이제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그 취약한 동맹의 속살들을 하나하나 헤집어볼 때가 왔다. 또한 한국전쟁을 둘러싼 온갖 신화와 편견들, 그리고 어느새 정설로 자리 잡은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할 때가 왔다. 한반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갑자기 경의선 철도가 만원전철과 같이 가동될 수 있을까? 우린 언제까지 그렇게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그러한 지적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한 진영논리에 가려진 거짓말들을 하나씩 해부한다. 거꾸로 동맹간의 갈등이 적대 진영과의 대립보다 얼마나 깊은 진폭의 상흔들을 남기고, 그 상처는 두고두고 변형된 형태로 '관계'를 일그러뜨리는지 적나라하게 역사의 실체를 재조망한다.

편역자들을 대표해서 옮긴이의 말을 쓴 오일환은 "한반도에서 남·북·미·중 간에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세계적 차원 아니, 최소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냉전은 사라질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후 한미동맹, 미일동맹, 실질적인 북중동맹과 북러관계는 해체되고 일반적인 국가관계로 변할 것인가? 당분간 존속한다면 그 속에는 갈등과 모순이 없을까? 이 책은 과거의 해답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던지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