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얼마 전 부천역 지하상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노인이 지하상가 벽에 기댄 채 계단 오르기를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도움 없이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계단 손잡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전철역사(電鐵驛舍)는 지하상가를 두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구조다. 지하상가에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 계단이 유독 가파르기 때문이었다. 지하철 1호선인천역을 제외하고 역사를 이용하는 동선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에 따라 움직인다. 그날 노인은 그 계단을 노화의 숙명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노인에게는 분명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의 계단이었다. 나도 언제쯤, 늙어 저 계단 앞에 서게 될까 걱정도 앞섰다.

요즘 일부 지하철역에 '지하철 안내 도우미'가 배치됐다. 지난해부터 저소득층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도입된 제도다. 하루 3시간, 월 30시간(10일)을 활동하고 27만원을 받는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만 이마저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하절기, 동절기에는 휴업이다. 수인선 역사에서 만난 할머니 지하철 안내도우미는 "30분 서 있고, 10분 쉬고, 3시간 동안 반복해 서 있는 일에 힘들어 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쉬지 않고 일 년 내내 일했으면 좋겠다"며 "기초연금에 더하면 그나마 쓸만한 생활비가 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노인들로 선발한다고는 하지만 도리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네 환경지킴이' 일자리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 3월 5일부터 인천지하철 51개 역사에 안내도우미 520명을 배치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 역사 질서유지와 불편한 장애인에 대한 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실효성은 의문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등이 협력해 기초연금 수급 노인을 대상으로 '지하철 시각장애인 안내 도우미' 사회공헌 일자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내 도우미는 지하상가 가파른 계단에 더 필요할 듯싶다.

부천역 지하상가 계단을 벗어나 남측 광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안심은 이르다. 그곳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또다시 지하계단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아니면 100m 이상 떨어져 있는 건널목으로 이동해야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 여러분. 부천역사, 지하상가로 들어가지 마시라. 계단 출구를 만나면 그 노인의 복사판 되기 십상이다. 고령사회, 노인 이동권을 세심하게 살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