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리 분더슐레정신분석심리상담센터 대표 /협성대 초빙교수

 

한국이 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살공화국'으로 불리나? 다양한 삶의 문제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쉽게 목숨을 끊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려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만나야 한다. 감정을 잘 만난다는 것은 행복하고 기쁜 감정은 물론 슬픔, 화, 공포, 두려움과 같은 감정도 수용하되 궁극적으로 생각하며 감정과 행동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 폭이 깊어지고 풍부해지기 때문에 감정을 잘 수용하고 대처할 줄 알면 자아 성장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대인관계나 문제해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정서지능 연구가'이며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에 의하면 행복하면서도 성공한 사람들은 지능이 높거나 학교 성적이 우수하거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갖는 극심한 경쟁 구조 속에서 모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다 보면, 감정을 잘 만나고 처리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살면서 다양한 감정과 만날 때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감정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감정을 만나고 배우는 일차적 학습의 장은 '가정'이다. 그런데 그런 감정 배움터 역할을 해야 하는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누군가 알아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면 감정이 낯설어 불안해 하지 않는다. 감정은 무시당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트레스에 약하다. 감정적으로 불편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대표적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되고, 코티솔 수치가 올라가면 교감과 부교감신경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서 심장에서 두뇌로 가는 메시지가 위기상황 때와 같은 단순회로로 변환된다. 이럴 때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모른다면, 게다가 누군가 감정을 무시·방치하거나 억압하면 감정이 더욱 격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태에서 차분하게 무언가에 집중하기란 불가능하다.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생물학적·심리적·환경적인 요인들이 있다. 요즘 현대인들은 사회적 환경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감정이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생각의 뇌, 전두엽의 몫이다. 하지만 감정의 뇌가 충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생각의 뇌 또한 정상적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롭다. 우리가 때로 어렵고 복잡한 사안을 놓고 결정하지 못할 때 흔히 '마음(Heart)을 따르면 된다'고 말한다. 최근 신경생리정서심리 연구에 따르면 심장 자체에 두뇌의 신경세포와 같은 뉴런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심장은 매우 미세한 감정에도 즉각 반응하고 긍정적 감정, 특히 감사·연민·동정·사랑을 느낄 때 매우 안정적인 심박변동률을 보인다. 신경생리학적으로 교감과 부교감신경, 각성과 이완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집중이 잘되고 생각이 맑으며 몸이 가뿐하고 힘이 거의 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에 이른다. 한마디로 생각·감정·행동이 일치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태가 '최적의 몰입상태'이다. 마음이 가는 곳은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감정이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야 한다.

상처를 입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처회복 능력' 또는 '심리적 면역력'(Resilience)이라 부른다. 부정적 상황에서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처리했을 때만 심리적 면역력이 생긴다. 교육의 핵심은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데 있다. 진정 행복을 원한다면 감정교육을 통해 심리적 면역력을 키워줘야 하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때로 아무런 편견 없이 자기감정을 받아들이고 감정의 근원, '초감정' 혹은 '메타감정'이라고 하는 '감정 뒤에 있는 감정', 감정을 넘어선 감정, 감정에 대한 태도·생각·가치관·관점 등을 찾아 올라가 보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감정도 잘 받아줄 수 있고, 대인관계와 의사소통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순수한 생명력과 더불어 모든 상황에 균형과 조율성을 지닌 건강한 자아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