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교수

 

최근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가의 '등골 브레이커' 패딩 착용을 금지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고가 패딩을 올해 크리스마스 이후로 더 이상 고가의 브랜드 패딩을 입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중학생 추락사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의 브랜드 패딩점퍼를 입고 포토라인에 선 일은 자신의 성취물이라 생각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의견까지 나왔다. 고가 브랜드의 패딩은 수백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빈부 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 사회에선 언제부턴가 '등골브레이커'란 말이 유행한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을 말한다. 시초는 과거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아웃도어 브랜드인 00페이스의 패딩 점퍼였다. 이 제품은 몇십 만원 이상이어서 부모 부담을 상당히 키웠고, 영국에서 착용을 금지한 캐나다산 거위털 점퍼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엔 '신 등골브레이커'가 등장했다. 일부 여학생은 수백 만원의 외국산 명품 화장품에 남학생들은 수십에서 수백 만원의 자전거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고가 제품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계층적 차별과 위화감이 조성된다. 그러다 보니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심지어 계를 조직해 공동으로 구입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자전거 절도사건은 8000건을 웃돌고 있으며, 그중 고가품이 주 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일부 한심한 어른이 고가의 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는 청소년 심리를 이용해 훔친 자전거를 인터넷 중고사이트에 저렴하게 올려놓고 사리분별 없는 아이들을 범죄의 늪으로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범죄자는 아이돌 그룹을 추종하는 청소년들의 '팬심'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 헤드폰 등 연예인 관련 상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매하고 있어 부모들을 깊은 근심의 수렁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일부 여유 있는 부모는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아이들에게 우월감을 심어주기 위해 부담 없이 고가 브랜드제품을 구입해 주고 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해 주다 보니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요즘, 자녀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자전거를 산다고 해서 최고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책임 있는 부모들이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문화가 이뤄지도록 자녀들을 교육하고, 부모로서 의무를 다할 때 부도의 재력 자체도 능력이라는 '금수저 흙수저'란 신조어와 무분별한 덕질과 '팬덤' 문화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