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만 인천수산자원연구소장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보내면서 "만약 에어컨이 없었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에어컨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에어컨 이외에도 TV, 세탁기, 냉장고, 컴퓨터 등 다양한 현대문명의 소산물인 전자제품 사용으로 일상생활이 과거에 비해 크게 윤택해진 게 사실이다. 이런 전자제품들은 전기가 있어야만 사용가능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또한 갈수록 증가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56기(설비용량 33,789㎿)로 남동발전이 삼천포 6기(3245㎿), 영흥 6기(5080㎿), 중부발전이 보령 8기(4000㎿), 신보령 2기(2000㎿), 서부발전이 태안 10기(6480㎿), 남부발전이 하동 8기(4000㎿), 삼척 2기(2044㎿), 동서발전이 당진 10기(6040㎿), 동해 2기(400㎿), 호남 2기(500㎿) 등이다. 이들 발전소는 우리에게 유용한 전기를 공급하는 대신 불행히도 다양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석탄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그중 대표적 오염원인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들어와 그 심각성을 더한다. 이 때문에 대기환경 모니터링을 통한 정보를 구축하고 전광판 등을 통해 대국민 알림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등 각종 경고시스템과 저감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오염원 중 간과되는 것들이 있다. 발전소는 석탄·LNG 등을 태워 발생된 고압고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설비를 통해 식히게 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냉각수가 바로 바닷물이다. 따라서 냉각수를 계속 공급받기 위해 대부분의 발전소는 바닷가 인근에 건설되고 있다. 터빈을 냉각시킨 바닷물은 그 열을 지닌 채로 다시 바다로 방류되므로 이를 '온배수(溫排水)'라고 지칭한다. 발전소 인근 해수온을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외에도 발전소가 기계 설비를 식히고 남은 온배수를 방출하면 바닷물과의 온도 차이로 거품이 발생한다. 그런데 주변 지역에서 조업하는 어민이나 주민 등이 이를 목격하여 민원을 제기할 것을 우려하여 거품을 제거할 목적으로 해양배출이 금지된 'Y'류 유해액체물질인 소포제(디메틸폴리실록산)를 투입·배출하여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다.

'디메틸폴리실록산'은 인체에 노출되면 호흡기를 손상하고 태아의 생식능력을 감소시키며, 특히 해양에 배출되면 해양 자원과 생태계에도 상당한 피해를 끼친다. 또한 바닷물을 통과하는 파이프에 따개비와 담치류 등이 자주 부착되어 바닷물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원활한 흐름을 위해 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장실·주방용 소독제 원료인 염소(Cl)를 투입하고 있는 점도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해양생물에게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적정 염소 농도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형편이다. 아울러 터빈냉각수로 이용하는 바닷물에는 수많은 동식물 부유생물(플랑크톤)이 서식하고 있다. 터빈을 냉각시키는 동안 고온에 노출되면서 대부분 폐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발전소 인근 해역은 기초생산력이 감소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각종 패류들의 영양상태가 부족하여 생식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자원량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바다는 아주 큰 완충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을 모두 받아들이고, 이를 먹이로 이용하는 등 재생산을 통해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특정 해역에 누적되는 오염은 이러한 완충·자정능력을 초과하면서 국지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세먼지는 모든 국민이 직접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대기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높게 인식하지만, 바다를 이용하는 어민들이 소수이고 바다의 완충작용으로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 해양환경에 대한 인식은 낮다. 발전소 주변 해역의 해양환경 모니터링과 대책 수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대로 모든 걸 잃고 난 뒤 후회하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건강한 바다로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