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경기종료 후 현수막 다시 내걸며 퇴진 촉구 구호
강인덕 대표, 정치 음모론 주장하며 비난 … 주총일정 안갯속
안데르센 감독, 잔류 확정 뒤 인터뷰서 구단 소통 문제 제기






인천유나이티드가 1부리그에 살아남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대표이사 진퇴 및 내부 소통 문제로 내홍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서포터즈는 강인덕 대표이사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주주총회 의장으로서 자신을 포함해 이사 교체 과정의 키를 쥐고 있는 강 대표는 순순히 물러날 마음이 없다.

이와 별도로 안데르센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 앞서 '팀 내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을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인천 구단은 잔류에도 불구, 분위기가 흉흉하기까지 하다.



▲"강 대표 물러나야"↔"정치권이 조종"

1일 전남을 3대 1로 꺾고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하며 모두가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서포터즈는 강인덕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걸개를 내걸고 구호를 외쳤다.

서포터즈와 강인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임중용 코치 해임 시도'를 둘러싼 진실 공방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초반까지 경기 때마다 강 대표 퇴진 현수막과 구호가 운동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퍼포먼스가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이런 행동은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런데 생존의 기쁨을 누리기도 모자란 이날, 오래 전 자취를 감췄던 강 대표 퇴진 걸개와 구호가 다시 운동장에 등장했다.

이에 강 대표는 "서포터즈가 정치권의 조종을 받고 있다. 내가 얼마나 인천 구단을 위해 노력했는데…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중앙언론과 인터뷰해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서포터즈는 "우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강 대표이사는 구단과 선수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잠시 접어뒀던 행동을 마지막 경기에 재개한 이유는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계속 버티면 1인시위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대표이사 교체 등 향후 일정 안갯속

이처럼 강 대표가 "서포터즈의 행동 뒤에 정치권이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구단의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7일 강 대표가 이사회에서 이미 합의한 신임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조차 않아 주주총회가 무산된 이후 인천시는 조속히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다시 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서포터즈와 인천시에 잔뜩 화가 난 강 대표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애초 이달 7일 이사회를 열자는 의견을 강 대표에게 전달했다 반응이 없자, 13일에 열릴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내가 인천시가 시키면 시키는 데로 하는 꼭두각시냐. 이사회는 내 상황이 될 때 열 수 있다"며 사실상 태업 상태다.

강 대표가 이렇게 뻣뻣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이사 6명 중 3명이 현 강 대표 체제에 호의적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1명은 개인 사정으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박남춘 현 구단주의 뜻대로 움직여 줄 수 있는 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향후 일정은 안갯속이다.

결국 강 대표가 이러저런 핑계로 이사회를 소집을 계속 미루면 새 대표를 뽑는 주주총회도 당연히 열릴 수 없고, 이 경우 구단은 박남춘 구단주의 뜻에 맞게 굴러갈 수 없다.

인천시가 빼어들 수 있는 무기는 '예산'이다.

5일 인천유나이티드 관련 상임위원회인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구단 예산을 다루는 데, 이 때 조건부 결정(강인덕 대표 사퇴시에만 구단에 예산 지원)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서포터즈는 "강 대표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 예산 지원에 문제가 생기거나 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단 내부 직원들도 이 같이 일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작심하고 '소통 문제' 거론한 감독

안데르센 감독 역시 잔류 확정 뒤 작심한 듯 구단을 향해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기자들 앞에서 쏟아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를 앞두고 "살아남을 수 있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슬프다. 왜 매년 강등권에서 싸우는 게 반복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7개월 동안 있으면서 구성원들이 서로 좀 더 존중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싸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 스카우트 팀이 선수 계약을 할 때 코칭 스태프와 감독이 모르는 상황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며 프런트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인천 구단은 인천시민의 팀이자 인천 팬들의 팀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쳐 더는 강등권에서 싸우는 팀이 아니라 리그 상위권에서 높은 자리를 위해 싸우는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구단 내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감독 발언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진상조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