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암벽 틈,무지개가 잠자는 땅
▲ 공원의 이름을 얻게 한 캐피톨 모양의 퇴적암. 이곳이 캐피톨 리프라고 명명된 것은 흰색의 나바호 사암으로 된 거대한 암체의 모습이 미국 의사당 건물을 닮았기 때문이다. 24번 도로 케인빌을 지나 비지터센터가 있는 프루이타까지 이르는 24번 도로변의 풍광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감동의 연속이다.

 

 

▲ 프리몬트 원주민이 남긴 암각화. 비지터센터 부근 24번 도로변에는 이곳 일대에 거주했던 프리몬트 원주민들이 그려놓은 암각화 유적을 볼 수 있다. 사암의 직벽에 새겨진 사냥과 장수의 염원이 담긴 그림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파노라마 전망대 포인트에서 바라본 전경. 파노라마 전망대에서 동쪽 24번 도로를 따라 펼쳐진 캐피톨 리프의 암벽을 바라보면 색깔이 다른 지층이 차곡하게 쌓인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시닉 드라이브코스의 암층까지 볼 수 있어 감동이 더 배가된다.


고블린 밸리 주립공원을 둘러보고 난 시각이 오후 5시 가량이었다. 오늘 숙소인 토리는 약 한 시간가량의 근거리여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차창 밖의 풍광을 즐기며 이동하였다. 목적지 토리까지 가는 동안 24번 주도 상의 행크스빌과 케인빌 작은 두 도시를 지나게 된다. 행크스빌 이전까지는 드넓은 사막지대를 통과하지만 케인빌을 지나면서부터는 커다란 뷰트와 메사로 이루어진 산악지대가 나타난다.

행크스빌을 지나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 이르기 약 30km 부근 오른편으로 성채 같은 팩토리 뷰트가 나타난다. 이어 약 20km를 더 가면 도로를 따라 놓인 프리몬트강 주변으로 초록색 숲이 펼쳐지고 그 뒤편으로 회백색의 거대한 암체들과 어울린 거대한 산악지형이 나타난다. 그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그 가운데 둥근 바위의 형상이 마치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의 돔 형태와 비슷하여 캐피톨 리프라는 공원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캐피톨 돔을 지나 비지터 센터에 이르기 약 2km 부근에는 과거 700~1200년경 이곳 일대 거주했던 프리몬트 원주민들이 암벽에 남긴 암각화가 있어 둘러볼만한다. 발길이 닿는 꼭대기 부근의 수직 암벽에 사람과 영양의 형상이 그려져 있다.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장수를 기원하기 위함인가, 영양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사냥을 기원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캐피톨 리프의 풍광은 앞서 들렀던 아치스와 앤텔롭 캐니언에서의 기교함,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과 캐니언 랜즈에서의 장대함은 아니지만 무언가 편안하고도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래서 일정을 바꿔 이곳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다. 이곳 프리몬트 원주민들은 이곳을 가리켜 'the land of sleeping rainbow(잠자는 무지개)'라고 불렀다.

왜 일까? 도로변으로 모습을 드러낸 절개된 암벽의 붉은색의 카엔타사암층(중생대 쥐라기 약 2억년 전경)과 그 위로 쌓인 회백색의 나바호사암층(중생대 쥐라기 약 1억 8000만년 전경) 그리고 두 지층과 접한 지층의 색깔이 마치 무지개를 보는 느낌과 같은 아름다운 정경을 자아내는 것 같다. 아울러 웅장한 산세 또한 압권으로 풍광의 아름다움에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날 오전을 리조트에서 편히 쉬고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공원에서 가장 풍광이 뛰어난 시닉드라이브 코스 탐방을 나섰다. 시닉드라이브는 비지터 센터가 있는 푸루이타에서 시작된다. 먼저 비지터 센터에 들러 이곳 지형과 지질 그리고 역사 문화적 특징 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바로 앞쪽에 과거 18세기 후반 미국 동부에서 종교적 박해로 서부 유타주로 쫓겨 온 몰몬교도들의 개척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가옥과 마구간 등의 유적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시닉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협곡 탐방에 나섰다. 도로 한편으로 마치 책을 쌓아놓은 듯한 퇴적층 별로 각기 다른 색을 띠는 암층들이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파란 하늘과 붉은 거대한 성벽과 같은 암석이 대조를 이룬 가운데 도로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환상적인 기분.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시닉드라이브 왕복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목에 위치한 파노라마 포인트에서 캐피톨 리프의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카메라와 시름하며 한 시간 가까이 머물러야만 했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