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1950년 12월18일, 3000여명의 인천 학생들이 축현학교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단지 14∼16세였습니다. 그들은 인천에서 부산까지 20일간 폭설을 뚫고 걸었습니다. 그들은 부산에서 자원입대하여 최전선에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우리가 고향을 떠날 때 책가방에는 교과서가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 올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전사한 내 친구의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통곡하셨습니다. 왜 내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느냐고요.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그 분의 통곡 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인천학생들에게 남겨진 것은 중단된 학업과 208명의 전사한 친구들에 대한 가슴 에이는 기억뿐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전쟁터에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전사한 친구들은 국립묘지에 묻히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나는 아직도 종종 친구들을 떠올립니다. 나라를 위해 스스로 전쟁터에 나가 용감히 싸우다 쓰러져간 그들을… 그 때마다 살아남은 저는 부끄러울 뿐입니다.<인천상업중학교 3학년으로 자원입대한 이경종 옹>
▶최근 유튜브에 올라 온 동영상 하나가 보는 이들의 가슴에 파문을 던진다. '잊혀진 6·25 참전 인천 학생들'. 인천일보 주최 '2018 호국보훈 작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빛 바랜 흑백 사진 속 앳된 청춘들의 스틸과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영문·.한글 자막, 배경음악이 애잔하다.
▶동인천역 건너편 언덕 머리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이 있다. 이경종·이규원 부자가 20여년째 매달려 온 기념사업이다. 누렇게 변한 전사통지서도 남아있다.
이 동영상은 2010년 '인천학생 6·25 참전사 3권'의 완간에 맞춰 제작됐다. 전문 기획사의 작품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며 자란 손녀 이근아(치과의사)씨가 대학생 때 영어 수업 과제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충효는 따로 가지 않는다더니, 참으로 장하다.
▶러시아 남부 체첸 지방에 전해오는 '백학'이란 민요가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널리 알려진 그 노래다.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하얀 학이 되어 고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208명의 인천 학생병사들. 그들도 하얀 새가 되어 저 고향 바다를 날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