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곤 옹진군의회의원


2010년 3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서해5도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2011~2020)'을 수립했다. 당초에는 국비4600억원을 투입해 서해5도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크게 개선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지원된 비용은 2440억원 정도다. 처음 계획의 5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까봐 불안해 한다.

서해5도 주민들은 연평도 포격 당시 피난 행렬 속에서 국민으로 산다는 데 대한 회의와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북한과의 불안한 대치로 수십 차례 대피호 생활을 하며 그날의 공포스러움을 잊지 못한다.
필자는 의정활동을 하기 전 신문과 방송의 특파원을 지냈다. 그 때 전쟁 공포에 몸서리를 치며 보도를 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나날이었다. 실제로 서해5도 주민들은 지금처럼 남북화해 무드가 일어나기 전까지 불안과 초조 속에 살아야 했다. 북한에서 핵실험을 한다든지,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물론 밤에 군인들이 훈련을 하는 포탄소리만 들어도 전쟁에 시달리는 꿈을 꾸기 일쑤였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켜왔다. 관계 당국에서도 그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해5도를 지키는 주민들의 정주생활을 도와준다고 나섰던 것이다.
현재 서해5도 종합발전 계획을 세워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기는 하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업 초기엔 서해5도 종합발전 계획이 상당한 활기를 띠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원 범위를 축소하고 있고, 예산의 확보도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총 사업비의 절반 가량만 집행한 것을 바라보며 주민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례로 노후주택 개량사업의 경우 많은 주민이 혜택을 받았지만, 그 혜택을 기다리는 군민도 여전히 200가구를 넘는다. 그런데도 내년도 노후주택 개량 사업에 선정될 가구는 고작 30여 호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서해5도 종합발전 계획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온 서해5도 주민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
주민들이 자기 삶터를 잘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