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파주 봉사단체 큰길회 회장, 20년간 수해현장·불우이웃 집수리


"글쎄요? 아직까지 봉사를 어떤 개념으로 해온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이끄는데로 해왔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해보지 않았습니다."

20여년동안 불우한 이웃들의 허름한 집을 찾아다니며 새집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러브하우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큰길회 최병철(51) 회장.

그가 지금까지 수리해 준 집의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다.
봉사활동으로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여년 전 파주에서 수해가 발생하면서 많은 가옥이 침수당하는 피해를 입자 당시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던 최 회장은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도착하니 참혹 그 자체였습니다. 안방, 거실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집안 전체가 진흙더미로 가득했고 수재민들의 얼굴도 흙탕물을 뒤집어쓴 말 그대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고 최 회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일면식도 없는 가정집에 삽을 들고 들어간 최 회장은 우선 흙을 치우는 일부터 시작해 물 빼기 작업 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한 결과 새벽이 되서야 겨우 집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수해현장을 누빈 최 회장은 이후 큰길회란 봉사단체를 결성해 본격적인 재능봉사에 나섰다.

최 회장은 "봉사는 혼자도 좋지만 함께 그리고 모두 같이하는 것이 보람도 느낄 수 있고 또 봉사의 질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회원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며 더 많은 이웃들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있어서 최 회장은 '맥가이버'로 통한다. 도배, 장판, 욕실, 페인트, 지붕, 조명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완성품(?)이 될 수 없다.
어쩌면 인테리어 업에 종사하는 그에게는 가장 쉬운 일이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처럼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한 장애인 가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장애인 부모를 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집을 찾아 갔는데 집이 아니었습니다. 악취와 쓰레기 속에서 사춘기의 여학생이 생활했다는 것을 본 순간 현장을 찾은 모든 봉사원들이 충격 그 자체였다"면서 "모두들 정말 다른 곳보다 더 열심히 더 애착을 갖고 집수리에 혼을 다 바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수리가 다된 곳을 본 학생이 '정말 우리 집이냐? 들어가도 되느냐'며 눈물을 흘릴 땐 회원 모두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 회장은 "당시 저는 생각했습니다. 봉사는 땀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지금도 저는 뭉클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고 봉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내비쳤다.

이어 "봉사는 내가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에게 베품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없이 봉사가 즐거울 것"이라고 봉사에 대한 노하우를 귀띔했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