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정경부 기자

 

취임 5개월을 맞은 박남춘 인천시장은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소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날 겪은 일을 소위 '인증샷'과 함께 알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기도 한다. 일과 중 부서를 찾아가 직원들과 간식을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최근엔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모습도 비췄다.
박 시장이 페이스북 소통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게 분명한데, 이를 '진정한 소통'이라고 보기엔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박 시장이 추구하는 소통이라면, 적어도 소통 대상은 글을 올릴 때마다 '좋아요'를 눌러주는 페이스북 회원들로서 극히 제한된 범위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300만 인천시민 중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페이스북이 내 얘기만 하는 '일방형 소통'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박 시장은 '박남춘 인천생각'이란 제목 아래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시민이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해관계자가 변론할 틈은 매우 좁다. 박 시장이 시정에 대한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판단하고 답을 내리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사실 이런 소통 방식은 몇 달 전 박 시장 취임 후 출입기자들과 처음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노출된 바 있다. 박 시장은 중앙기자와 지역기자 등 수십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정작 소통은 자기 식탁에 있던 몇몇 기자와만 했다. 다른 식탁에 있던 대다수 기자는 박 시장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박 시장의 '입 모양'만 지켜보던 기자들은 결국 간담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먼저 자리를 뜨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에선 이미 박 시장을 향해 '불통 시장'이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민들이 만족하는 행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유였지만, 근본적 원인은 박 시장이 처음부터 주민들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 게시물 탓에 언론에 혼쭐이 난 적도 있다. 인천에서 두 달 사이 4명이 주사를 맞고 사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인천 연고지 야구팀을 응원하겠다며 타 지역 경기장을 찾아가 '공짜 관람'을 했다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이날은 초등학생이 주사를 맞고 숨진 사고가 언론에 공개돼 시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박 시장의 관람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인천 연고팀 승리에 열광하는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꼭 올려야 했을까. 피해 학생 부모와 주사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에겐 분명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박 시장의 페이스북 소통은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