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들을 취재한 TV프로를 보면 빠짐없이 돼지고기 파티가 소개된다. 축제때 돼지를 잡아 끼리끼리 둘러앉아 나눠먹는 광경이다. 집돼지든 사냥해온 멧돼지든 도살하여 각을 뜬 고기들을 미리 불에 달군 돌덩이에 고구마와 함께 차곡차곡 얹어 야자잎으로 덮어 열기에 쪄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차례가는 양은 손바닥의 한 점이어서 보기에도 측은하다.

 그러나 뉴기니아의 한 종족은 늘어나는 돼지를 조절하기 위해 일시에 많은 돼지를 잡아 먹는다. 모두가 며칠씩 계속해서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는다. 더 많은 양을 먹느라 아직 소화되지 않은 것을 강제로 토해내고는 다시 입에 쑤셔넣기까지 한다. 이렇게 한바탕 소동을 펴고나면 사육두수는 아주 적은 수로 준다. 그리고 원래대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려야 한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천상 고기에 주려 지낼 수밖에 없다. 마침내 마릿수가 다시 당초대로 도달하면 또한 파티가 벌어진다. 이런 잡아먹고 증식시키는 식의 반복이 되풀이해서 계속된다.

 그런데 이들 종족들은 역설적으로 돼지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잡아 먹는다고 한다. 우선 조상에게 바치거나 혼례와 같은 축제 혹은 타종족과의 선전포고나 화전할때 돼지를 제물로 한다. 이들 부족은 죽은 자기네 조상들이 돼지고기를 갈망하는 것으로 여기며 따라서 살아있는 자신들도 돼지고기를 먹고자 욕망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 부족의 사육돼지 조절방법은 흥미롭다. 우리가 아예 사육을 감소하거나 기피하는데 비해 그들은 한량없이 먹어치움으로써 적정수를 유지한다. 소위 돼지파동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우리는 돼지새끼라도 퇴비더미에 내다 버린다. 사육수가 급증하면 값이 폭락하고 농가는 큰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내 산지 돼지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전엔 돼지값 폭락이 예상된다고 해서 자돈의 확보를 포기했는데 값이 올라 낭패라는 한 농민의 푸념을 뉴스에서 본 일이 있다. 정확한 정보와 분석은 농민이 의지할 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