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36.개불

 

 

수산시장에 가면 싱싱한 물고기부터 조개, 새우 등 구경거리가 참 많다. 그런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소시지처럼 길쭉하게 생긴 것이 꿈틀꿈틀 거리며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 이상한 생물이 수족관 안에 모여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개불이다.

개불은 몸을 늘였다 줄였다하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10~30㎝의 크기이며 굵기는 2~4㎝ 정도다. 서식지는 모래가 많이 섞인 사니질의 조간대나 그 아래지역으로 퇴적물에 주로 구멍을 뚫고 서식한다.

개불은 번식력이 강하고 저질에 뚫은 U자형의 굴로 바닷물의 순환을 용이하게 해 저질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며 갯지렁이보다 16배 이상의 갯벌정화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안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개불은 단맛이 강하고 타우린, 글리신 등의 함유량이 수산물 중 가장 많으며, 비타민 C, E가 풍부해 항암이나 면역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전을 용해하는 성분도 들어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좋으며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체내의 알코올대사를 촉진시켜 숙취해소 및 간장보호 효능이 높다.

특히, 개불의 체내에는 다른 무척추 동물에서 합성할 수 없는 5종의 스테롤(sterol)을 함유하고 있다. 고려 말 요승 신돈이 정력 강화제로 즐겨 먹었다고 전해오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성기능이 쇠약해져 음낭이 습하거나 냄새가 날 때 개불을 권하기도 한다.

개불을 먹어본 사람은 달작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특유의 맛과 향미 때문에 자주 찾게 된다. 하지만 생김새 때문에 처음 접해본 사람들에게는 호감을 주지 못한다.

개불의 어원은 생긴 모양이 개의 불알(생식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해이어보>에는 개불을 해음경(海陰莖)이라 쓰고, 생긴 모양이 말의 음경 같다고 설명하였으며, '발기부전인 경우 해음경을 깨끗이 말려 가늘게 갈아서 젖을 섞어 바르면 특효'라는 민간요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개불을 겉모습이 창자를 닮았다고 하여 하이장(海腸)이라 부른다.

개불은 여름철 조간대의 모래 속에 깊은 구멍을 뚫고 들어가 살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비교적 얕은 곳까지 올라오는데 이때가 되면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아지며 많은 지역에서 본격적인 개불잡이를 시작하기 때문에 개불을 구입하기도 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산란기의 개불은 포획 후 며칠 되지 않아 폐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민들도 산란기에는 개불잡이를 중단한다. 따라서 개불은 11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의 개불을 잘라보면 노란색 또는 하얀색의 볼펜심처럼 생긴 4개의 튜브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바로 개불의 생식소로 암컷은 노란색이고 수컷은 하얀색이다.

그렇다면 어떤 개불이 좋은 개불일까? 일단 건드렸을 때 반응이 빠르고 몸을 수축하는 폭과 빈도가 잦은 것일수록 활력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포획 후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빠지기 때문에 신선할수록 살이 두툼하고 표면에 돌기 같은 것이 드러나 보인다.

국내 연간 개불 소비량은 약 1400톤(2012년 기준)정도로 중국산 개불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산과 중국산 개불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모양이나 색깔이 서식지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썰었을 때 육질의 두께가 중국산 보다 두껍다는 점과 씹었을 때 단맛이 많이 난다는 점이 중국산과의 차이점이다.

과거 횟집에서 곁들이 음식으로 나오던 개불은 요즘 개불구이, 개불초무침, 개불젓, 건개불포, 개불전골 등 다양한 먹거리로 개발되었으며 중국에서도 개불부추볶음이나 만두소 등 개불을 이용한 요리를 많이 즐기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집에만 웅크리고 있지 말고 갯벌에서 바로잡은 단맛 가득한 개불을 오독오독 맛보면 어떨까싶다.

/김동우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