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클레멘세비츠 '와해 양상' 전시회
▲ 개망초 프로젝트, 해미 클레멘세츠 작.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올해 마지막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로 프랑스 출신 사운드미디어아티스트 해미 클레멘세비츠(Remi Klemensiewicz)의 '와해 양상 (Disbanding Tendency)' 전시회를 개최한다.

다음달 16일까지 1층 이음-공간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해미 클레멘세비츠의 시각예술과 소리의 활용 방식을 고찰하고 청각과 시각의 관계, 다양한 기호와 감각, 소리의 인식과 재해석의 가정을 탐구한 다양한 인터미디어적인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소리와 시각 간의 추상적 상응 체계들, 역사적 사회적 환경, 인식 등을 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 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회의 관습적인 기호체계를 음성이나 문자로 연상 작동시키는 언어에 대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전시 '와해양상'은 시각, 청각 등 서로 다른 모달리티를 통해 음향과 이미지를 연계하고 인식,재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 소리와 시각적 대상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신작 '개망초 프로젝트'를 비롯해 'C.A.G.E(도, 라, 솔, 미, 피아노 버전)', '종/총(소리단어 시리즈)'등 은 언어의 음향적 또는 음악적 표현과 시각적 표상 간의 구조적 관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이다.

꽃 이름의 유래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개망초 프로젝트'는 이름 유래와 함께 시간이 흐르며 꽃에 대한 인식과 꽃의 이미지, 이름의 연결 지점이 어긋나 결국 각기 다른 이름으로 꽃을 부르는 사람들의 사운드를 전시장 벽면에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들려준다.

개망초는 19세기 후반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귀화식물로 을사늑약과 한일병합조약의 해를 거쳐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의견들이 있다. 당시 개망초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상징으로 여겨지며 '망국초'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때는 역사적 절망을 연상시켰던 꽃의 상징성이 시대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작가는 주목했다.

'C.A.G.E(도, 라, 솔, 미, 피아노 버전)는 작가의 케이지 연작 중 하나로, C, D, E, F, G, A, B로 진행되는 음 표기법을 활용해 단어를 생성한 작업이다. 전시 공간에는 피아노가 들어 있는 큰 새장(케이지)이 있고 새장 속 피아노는 도, 라, 솔, 파를 제외한 그 외의 음이 모두 제거된 채 들려온다. 작품은 문자와 음악, 음성, 물질성과 표상, 소리와 시각이라는 이중적인 구조적 관계를 탐구하고자 한다. 새장의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속박과 감금 등에 대한 강한 암시를 전달하며, 소리와 시각 간의 상호 의존이라는 관념과도 연관될 수 있다.

'C.A.G.E' 연작과 함께 '종/총'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언어, 시청각적인 기호들과 감각의 연결지점을 다룬 '소리 단어 시리즈'의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종과 총이 소개되며 언어의 음향적 또는 음악적 표현과 시각적 표상 간의 구조적 관계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람객이 다양한 시각적 기표와 음성적 기표로 '언어'를 경험하며 청각과 시각의 연관성, 소리의 인식과 재해석의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백남준아트센터가 젊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원했던 백남준의 바람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동향을 살피고자 마련된 기획 전시회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