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송도유원지 터의 대규모 중고자동차수출단지가 인천에서 빠져 나갈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중고차수출단지는 자생적으로 형성돼 인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지난해 한해 25만대를 수출해 우리나라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를 차지했다. 이쯤되면 인천을 터전으로 하는 지역특화산업인 셈이다. 그런 중고차 수출 기지가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도 있게 됐다. 연수구가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올해 말까지 비우라고 통보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한국중고차수출조합은 자구책으로 평택이나 화성 등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하면서 인천 지역 사회에 대안을 요청한 것이다. 발 등의 불이 떨어졌는데도 논의만 무성할 뿐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나온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인천남항에 자동차 물류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는 인천내항 4부두의 한국지엠 KD센터를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두 가지 다 장단점을 안고 있지만 머뭇거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평택항 배후의 화성·평택 지역에서는 인천의 중고차수출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자동차의 주요 수출 거래선은 중동 지역이다. 그간 인천에는 중고차 수출입에 종사하는 중동 바이어들이 활발한 비지니스를 펼쳐 왔다. 그들은 한 차례에 수십억, 수백억씩의 돈을 들고 인천에 들어와 인천에 뿌리는 역할을 해왔다.

중고차 수출 산업의 이탈은 인천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 뻔하다. 우선 당장 인천항 내항 물동량의 15%가 사라지게 된다. 하역사인 인천내항부두운영㈜의 경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항만 물류업계는 물론 여러 분야 연관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다. 또 있다.
지역 경제의 일자리가 그만큼 날아가게 된다. 새로 일자리를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있는 일자리마저 놓치는 셈이 된다. 교통 혼잡 및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중고차 수출산업을 미운 오리 새끼처럼 대하는 의식도 문제다. 중고차 수출 산업의 이탈은 강 건너 불처럼 대처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