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땀과 흙에 뒤범벅이 된 나는 잠시 텃밭에 앉아 수북이 뽑아놓은 잡초더미를 물끄러미 보았다. 10여 년 전 고향으로 내려오고 나서 들에 핀 수많은 야생초들에 감탄하며, 담장에 핀 잡초도 귀한 생명이라고 뽑지 않을 때가 있었다.
가끔이지만 어머니가 동의 없이 담장의 잡초를 모조리 뽑아버린 날이면 어김없이 다투고 속상해 하곤 했으니 잡초에 대한 내 애정도 아마 각별했었나 보다. 그 뒤로 담장에 핀 잡초들은 마치 심어놓은 식물인 양 가꾸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지난 여름 내 생에 첫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욕심도 생겨 꽤 거창하게 일을 벌였고 유기농으로 키운답시고 그냥 가꾸다 보니 수많은 잡초들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온통 뒤덮어버렸다.
열심히 잡초를 뽑아내고 있다가, 문득 과거의 잡초를 사랑하던 마음 때문에 조금 불편한 마음이 생겼다. 내 마음이 타락하거나 변질된 것일까?
내가 농사를 지으며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은 텃밭에서 함께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잡초를 뽑아내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었다. 어른들이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건 바로 이런 거였구나! 이제는 내가 키워내는 텃밭의 여러 자식들을 위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뽑아낸다. 담장에 피어나는 또 다른 잡초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말이다.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