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작가회의 지음, 삶창, 692쪽, 2만5000원

 

●작가들의 길

인천작가회의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념 문집을 펴냈다. 인천작가회의에서 활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자선작, 대표작을 망라했다. 인천 지역의 문학적 흐름과 경향을 한눈에 모아둔 것이다. 시인은 44명(강태열·이가림·박영근 등 작고 시인 3명 포함)이 참가했고 소설은 12명, 동화작가 1명이 작품을 실었다.

또 문학평론가 류신이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그 위치와 성과를 따뜻하게 짚어주었으며 오창은은 소설 작품들과 동화를 읽고 '지금-여기'에서 글쓰기의 의미와 무게를 되새긴다.

두 평론가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문학과 시대다. 한국작가회의의 전통에 걸맞게 인천작가회의 또한 뜨거운 실천과 창작을 병행해온 것이다. 이번 문집은 중요한 성과들을 모았다는 점에서, 지역 문학운동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 이택광 지음, yeondoo, 204쪽, 1만4000원
▲ 이택광 지음, yeondoo, 204쪽, 1만4000원

 

●빨간 잉크

동독의 노동자가 시베리아에 취직해 떠나게 됐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지만 당연히 검열 당할 것이라고 생각해 신호를 정했다. '파란 잉크'로 편지를 써 보내면 진실이고, '빨간 잉크'로 써 보내면 거짓말이라는 것. 몇 달 뒤 시베리아에서 보낸 첫 번째 편지가 도착했다.

파란 잉크로 쓰인 편지에는 시베리아의 모든 것이 좋다고 써있었다. 식량도 풍부할 뿐 아니라 넓고 따뜻한 아파트에서 서유럽 영화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파라다이스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빨간 잉크를 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빨간 잉크는 거짓말을 뜻하지만, 빨간 잉크로 쓰인 편지는 진실을 말한다는 내용은 이데올로기의 이중 구조를 보여준다. 빨간 잉크의 금지야말로 이데올로기의 거짓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 거짓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