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 4부두 단지 조성' 좁은 면적에 보안 문제
'남항 클러스터 재추진' 주민들 반대가 걸림돌

중고차 수출 물동량 이탈 논란이 인천항을 휩쓸고 있다. 최근 한국지엠 수출차 6만대가 이탈하려다 봉합된 데 이어,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서 임시로 운영되던 중고차 수출단지가 타 지역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지가 평택·화성 등으로 이전한다면 인천항을 이용하던 수출차 물량은 전부 평택·당진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인천내항이 입을 경제적인 타격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와 항만 업계에서는 올해 말 운영을 마치는 인천 내항 4부두 한국지엠 KD센터(Knock Down·자동차부품 포장 수출센터)를 중고차 수출 전용단지로 사용하자는 대안을 낸 상태다. 근본적으로는 남항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사업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빠지면 물동량 15% 끊겨

내항은 1883년 인천항 개항, 1918년 제1도크 준공, 1974년 갑문시설 동양 최초 준공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첫 관문 항만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기간시설이었다. 물동량 증가와 컨테이너화에 따라 내항 물동량은 점차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매년 2000만RT(Revenue Ton·용적t)가 넘는 화물이 내항을 드나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25만대 이탈 조짐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중고차 물량이 이탈하면 내항 전체 물동량의 15% 수준인 300만RT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역사 인천내항부두운영㈜의 경영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데다, 항만 일자리를 비롯한 각종 연관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고차 물동량 이탈 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은 올해 안으로 옛 송도유원지에서 나갈 예정이며, 인천에 머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줄 것을 관계 기관에 요청한 상태다. 평택·화성 등 타 지역은 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중고차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상의·항발협 "내항 4부두 쓰자"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항발전협의회는 가칭 '중고자동차수출단지'를 내항 4부두에 조성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4부두에 위치한 KD센터는 그동안 CKD(반제품수출)로 연간 3만~4만TEU(1TEU=길이 6m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던 곳이다. 면적은 임대 계약에 따라 올해 말 운영이 종료되면 빈 공간으로 남을 곳이기도 하다. 공간을 비워두느니 중고차 단지로 활용하자는 방안인 셈이다.

중고차 산업의 전망도 좋은 편이다. 인천상의와 인천항발협에 따르면 일본은 연간 120만대의 중고차를 동남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차 대부분이 우핸들 차량을 이용하다보니, 좌핸들 사용 국가에서 일본 중고차를 수입금지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좌핸들을 사용하는 우리 중고차가 과거 일본이 점하고 있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자동차 물류클러스터'에 힘 모으자는 의견도

일각에서는 내항 4부두를 중고차 단지로 사용하기엔 여러 난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두에서의 중고차 거래 행위가 가능한지, 보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는 편이다. 특히 중고차 단지로 쓰기에는 면적이 좁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던 자동차 물류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인천남항 역무선 부지 39만6175㎡에 3단계에 걸쳐 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주변을 녹지로 두르고 입출고·정비·경매·쇼링에 필요한 각종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주민 반대를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인근 주민들은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으로 인해 교통혼잡 및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주변 지역에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고, 중고차 거래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