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장

 

지난 7일은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이었다. 유난히 덥고 힘들었던 올 여름 폭염 기억 때문인지 겨울이 이렇게 성큼 다가온 것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겨울은 만남의 계절이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 동료에게 연락해 술잔을 기울이며 송년회 모임을 갖는다. 겨울은 사계절 중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이 속한 계절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고 반성하기도 하며, 또 새롭게 계획을 짠다. 시중에 벌써 새해 달력과 다이어리가 나와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겨울은 '자기 스스로를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겨울은 소방관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겨울은 사계절 중 소방관들이 가장 분주해지는 시기다. 날씨가 추워지면 아무래도 전기히터·장판, 전기열선, 보일러와 같은 난방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화재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인천에서 발생한 겨울철 화재사고로 매년 34명이 사망하거나 다쳤으며, 53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의 주 원인은 부주의와 전기적 요인에 집중돼 있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예방하면 막을 수 있는 화재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겨울철 화재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방본부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전 사회적 화재예방 동참 분위기 조성을 위해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 안전사용, 차량용·주방용 소화기 비치 등 전방위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숨어 있는 화재 위험요소를 발굴해 사전 예방활동도 강화한다.

전통시장, 다중이용업소 등에는 불시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독거노인, 쪽방촌,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에게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하는 사업을 펼친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 피난약자시설에 대해서는 교육과 훈련 등을 강화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안전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 요즘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창 시절 선생님 지도에 따라 한번쯤은 불조심 포스터를 그려보거나, 수수깡으로 소방차를 만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재예방의 중요성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된 '불조심 강조의 달' 은 올해로 71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알고만 있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안전한 겨울을 나기 위해 모두 관심을 갖고 화재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올 겨울 동안 소방본부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5대 위험요소로 비상구 폐쇄행위, 불법주정차, 소방시설 미설치, 소방시설 작동 중지, 가연성외장재(드라이비트) 필로티 건축물 등을 지정하고 관계자 안전의식 개선을 위해 점검과 관계기관 협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안전한 사회는 이뤄진다. 조사와 단속과 같은 제도적 해법만이 능사가 아니다. 시민 모두 주변을 조금 더 살피고 화재예방에 힘을 쏟아야 한다. 올 겨울은 나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의식이 자리잡고 성숙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