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 … 더 생각나는 '소확행 책방'
▲ 책방산책에서 진행중인 청소년 독서 모임 모습.

 


'사각공간' 한적한 주택가 위치 … 365일 늦은 밤까지 운영
'책방산책' 청소년 아지트 … 독서모임·작가와의 만남 등 진행
'세종문고' 24년간 그 자리 … 주민들 추억장소이자 소통공간



동네 서점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문제집을 사기 위해 갔던 '서점'이 지금은 단순히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와 '관계'를 만드는 작은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변화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은 책방을 다녀가곤 한다. 커피 한잔을 홀짝이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이웃과 책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이곳은 '동네 서점'이다. 동네 서점은 각 지역에 있는 서점으로 대형 서점과는 다르게 규모가 작으며, 독립 서적을 파는 독립서점도 포괄한 의미를 담았다. 대형서점의 사세 확장에 따라 하나 둘 문을 닫은 지역의 동네 서점들. 하지만 그들은 멸종하지 않았다. 각각의 특색을 살려 이용자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사각공간
굴포천역 근처 한적한 주택가. 조용한 거리 한쪽에 있는 '사각공간'은 이웃들의 안성맞춤형 장소다. 사각공간은 사각이라는 물리적인 틀, 견고하다고 여겨지는 현실이 생각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면 얼마든지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사각공간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늦은 밤 시간까지 운영을 하며,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365일 닫는 날 없이 손님들을 반긴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들은 중·장년층. 이곳의 주민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부담없이 책을 읽고 돌아가곤 한다.
어찌 보면 서점지기인 김성열(44)씨의 푸근한 인상 때문인가는 아닌가 싶다. 그의 서글한 웃음에서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김성열 씨는 "이곳이 책과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며 "서점에 와서 굳이 책을 사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곳, 혹은 도와주는 곳이 되고 싶다"고 한다.
작은 서점은 운영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개성을 갖는다. 이 공간은 그가 말한 것처럼 편안함을 준다. 김성열씨의 취향이 100% 반영된 듯했다. 특히나 눈을 사로잡는 간판은 친숙함을 주며, 동네에 터줏대감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 곳의 아침은 '시'로 시작한다. 바쁜 출근길 잠시만이라도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의 날시'를 항상 걸어둔다. 이어지는 오후에는 독서모임이 한창이다.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바를 이야기 한다.
책을 읽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 서점지기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언제나 그는 우리를 위해 흔쾌히 문을 열어줄 것이다.
인천시 부평구 장제로249번길 16, 032-215-0423.

#책방산책
마음껏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책방이다. 어쩌면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원동력을 만들어 내는 곳이지 않을까 싶다. 계양구에 위치한 '책방산책'은 청소년들의 아지트다.
서점 앞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다.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이 '쉼'을 찾아오는 곳이 바로 '책방산책'이다.
서가에는 유아부터 청소년까지의 서적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이곳에 모이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모임도 진행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독서모임을 열고 있다.
이어 청소년 아이들을 위한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 한다. '모든 시민들'이라는 포괄적인 대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동소설 작가들을 책방에 초대한다.
홍지연(46) 대표가 이런 프로그램들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이다. 과거 그가 아이를 돌보면서 책을 읽고 싶을 때 서점으로 향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 서점에 간다한들 유아서적이나 청소년 서적의 종류는 한정적이었을 뿐더러 코너 자체가 찾기 어려웠다.
'책방산책'이라 서점이름을 지은 것도 아들의 '산책할까?'라는 말을 듣고, 책방도 산책하듯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지었다고 한다. 서점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홍 대표의 배려가 돋보인다.
특히 책방산책에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바로 '입간판'이다. 홍 대표가 아침마다 동시를 써두면, 그것을 보고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쓴다. 항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이곳은 청소년들의 꿈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공간이다. 곧 다가올 겨울, 아이와 함께 책을 보러 책방산책을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시 계양구 향교로 5번길 23, 032-277-2232.

#세종문고
그 자리 그대로, 지역주민들의 추억이 담긴 서점이 있다. 주변의 풍경은 해마다 변했지만 한 장소에서 계속 시민들을 맞이해주던 '세종문고'이다. 이곳은 1995년 11월에 처음으로 문을 열어 올해 24년째 운영 중이다.
한동안 동네 서점들이 줄줄이 문 닫던 때가 있었다. 물론 세종문고 또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공간이, 어느 순간 고요함만 감돌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서점 한편에 마련된 작은 휴식공간을 중심으로 세종문고는 새로운 변화를 감행했다. 그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점을 공유 공간 삼아 모임을 만들고 재능을 나누며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역할까지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가 알던 과거의 서점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저 자리 어느 한 곳에서 문제집을 고르고 있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어 작은 휴식공간은 지역주민 누구라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다.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잠시 멈춰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특히 이 작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뜨개 수업'이 눈길을 끈다. 서점지기 강서경(36)와 이의형(38)씨의 따뜻한 마음같이 훈훈한 '뜨개 수업'은 세종문고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강서경씨는 "뜨개 관련 책을 보며, 그것을 참고해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보는 수업이다"며 "이뿐만 아니라 저희 서점을 찾는 이들을 위해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을 통해 서점 내에 문화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 받거나, 그림책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도서관과 함께하는 지역 서점 연계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는 목도리 손뜨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다음달 12일에는 연수청학도서관과 함께 '크리스마스 리스 만들기'를 한다.
인천 연수구 샘말로8번길 13-2, 032-817-6677.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우리도 문 열었어요 … 동구 '커넥더닷츠'·중구 '인천서점'

인천지역 곳곳에 작은 서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1월에 문을 연 지역서점이 2군데나 된다. 이 두 곳의 공통점은 비슷한 날짜에 문을 열었다는 것과 '인천' 지역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것이다.
먼저 소개할 '커넥더닷츠'는 헌책방들이 몰려있는 배다리 근처에 생긴 이곳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감성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엔틱한 가구들과 향기로운 커피는 우리의 발길을 잠시나마 책방에 머물게 한다. 특히 큰 선반에 보기 좋게 줄지어 있는 인천 작가들의 책들이 눈길을 끈다. 서툰 디자인에 투박한 표지지만 저자의 사인이 담겨 있었다. 커넥더닷츠 서점 지기인 장솔비(25)씨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애착이 있다"며 "인천지역 작가들의 책을 다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인천시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으로 예술과 연관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시 동구 서해대로513번길 15 2층.
이어 중구 아트플랫폼에 위치한 '인천서점'은 인천 작가들 혹은 인천을 소재로 한 책들로 서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윤승혜(34)씨는 "인천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서점이 되고 싶다"며 "내년에는 책모임과 작가와의 대화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아트플랫폼.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