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겨울이 성큼 다가왔구나'하고 느끼는 시기가 있다.
두툼하던 달력이 얇아진 반면 사람들의 옷은 더욱 두터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천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 '사랑의 온도탑'이 그렇다. '이제는 주변을 둘러볼 때가 됐다'는 의미를 담아 해마다 들어서는 '사랑의 온도탑'은 겨울이 왔음을 일깨워준다.
'사랑의 온도탑'이 매년 겨울마다 설치되는 데는 그만큼 겨울이라는 계절에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에 먹거리나 난방비, 입을 것 등은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일 '희망2019나눔캠페인'출범식을 진행했다.
'사랑의열매 20년, 나눔으로 행복한 인천'을 주제로 어느 해보다 뜻 깊은 한해로 만들겠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그동안 인천은 시민들의 사랑으로 매년 온도탑 100도를 훌쩍 넘어섰다. 주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마음들이 모인 성과다. 하지만 올해 모금액은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기꺼이 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목표모금액은 74억70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해마다 전해 실적을 뛰어넘는 목표액을 설정하고 또 달성해왔지만 올해 상황이 좋지 않아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인천을 넘어 전국적으로 모금회 목표액은 대부분 전년 실적 규모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보다 높은 실적을 목표로 한 지역이 전국에서 한 두개 정도라고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각종 경제지표는 외환위기 수준과 비교할 정도로 좋지 않다.
물가는 오르는데다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가계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기업 경기지수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계 부담 우려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구재 판매가 줄고 있고, 기업들이 불안한 경기상황으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업자 수도 늘면서 고용한파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이 더 추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일 시작으로 73일간 이어질 모금회 여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그러나 기부는 멈춰서는 안 된다. 더욱 어려운 시절을 맞을 수 있다.
기부는 국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곳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한다. 이른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해주고 더욱 촘촘해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다.
기부가 줄어 안전망이 느슨해 진다면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모두의 피해로 되돌아 온다. 적은 돈이라도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마음이 절실한 요즘이다. 특히 '큰 손'들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인천지역 기업들은 최근 최악의 경영난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내년 예산 계획을 두고 가위질이 한창인 분위기다. 기부 역시 꺼려할 수 있다.
좋지 않은 경기에 핑계거리가 늘어나면서 자칫 기부소홀을 당연한 것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른바 '큰 손'들의 이탈이 기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은 수십조원을 기부하며 잘난 부자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인사를 찾기 힘들다.
과거 인천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매출을 자랑하는 기업의 기부 순위가 이와 맥을 같이 하지 않음을 확인한 바 있다.

정명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앞으로 진행될 대장정에 300만 인천시민의 뜨거운 사랑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모금운동이 인천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부는 좋을 때 하고, 좋지 않을 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날이 추울수록,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디 올해에도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무난히 넘어서 따뜻하고 희망 찬 인천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