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고통의 몸부림 … 관객들은 매료됐다
▲ 지난 24일에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비가(悲歌)'.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30여명 무용수 칼군무와 함께
음악·조명·의상까지 어우러져
눈 뗄 수 없는 꽉 찬 무대 선봬





삶은 죽음과 잇닿아 있나, 아님 죽음을 거스르는 행위일까. 과거 운명을 숙명으로 받드는 세상 틀을 깨뜨리고, 이제 운명을 개척하며 살기에 오이디스프의 생과 사는 더 이상 비극처럼 와닿지 않는다.

소포클레스 원작 '오이디스푸스 왕' 이야기 중 비극의 정점. 신탁을 깨우친 오이디푸스의 몸부림, 지아비로 삼아 버린 엄마 이오카스테가 겪은 혼란. 엄마의 자살과 스스로 시력을 없애 현실을 부정하는 오이디푸스.
인천시립무용단의 2018 하반기 정기공연 '비가(悲歌)'는 오이디푸스 이야기 중 이 장면을 재해석했다.

25일 비가의 세 번째 공연은 오이디푸스역 조재혁, 이오카스테역 박소연, 크리온역 김원영이 분했다.

안무·대본 및 연출을 맡은 윤성주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는 "오이디푸스는 신을 초월한 운명적 이끌림으로 심리와 형이하학적 충동이 기인한 이루어질 수 없었던 관계의 고리는 동서양의 비극적 인류의 역사"라며 "신이 내린 신탁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파헤쳐 몸으로 표현해 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오이디푸스의 클라이막스인 이 장면을 '재해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크리온 사이의 중심 축인 이오카스테가 신탁을 거부해 운명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장면에 힘을 쏟았을터.

첫 장면, 군무가 무대를 꽉 채웠다.

스산한 분위기 속에 마음을 저미는 음악, 칼같이 차가운 조명. 이 모든 게 30여명의 몸짓과 어울어져 심상찮은 전개가 예견됐다. 몸짓은 의상에 어울려 배가 돼 관객을 매혹시켰다.

군중이 씌운 그물에 엉킨 눈 먼 오이디푸스, 자살 신탁을 깨고 아들이자 남편을 살리려 몸부림친 이오카스테. 신탁에 의지해 욕망을 드러낸 크리온.

세 역할이 극의 상당 부분을 끌어간 만큼 몸짓 하나하나에 관객의 시선이 움직였고, 표정으로 극을 읽으려 애썼다.

그랬기에, 이날 공연은 대중에 익숙한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어떻게 뒤틀어졌는지 무대 위 모습을 관객이 숨막히게 이야기를 쫓았다.

'비가'는 인천시립무용단이 진일보할 수 있는 차세대 주자의 모습을 투영시켰고, 저변이 탄탄한 시립무용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무대였다.

객원으로 참여한 관록의 조재혁과 신예 괴물 김원영의 몸짓은 검무를 연상시킬 만큼 거침없고 화려했다.

최근 인천의 정치와 행정이 보인 상처 입힌 훈수와 책임 회피 모습에서도 인천시립무용단은 꿋꿋하게 인천을 대표하는 무용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