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 없는 대지에 둥근 사암 둥지 틀다
▲ 화성을 방불케 하는 고블린 계곡 전경. 전망대에서 고블린 계곡을 내려다보면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불모의 땅과 같아 마치 화성을 연상케 한다.

 

 

▲ 세자매라 불리는 후두. 계곡의 초입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마치 세 자매를 연상시키는 후두가 나란히 모습을 취하고 있다. 후두가 받침 부위의 보다 지질이 더 약하기 때문에 쉽게 깎여나가 형성된 것이다.

 

▲ 고블린 계곡에서 만난 엔텔롭 영양. 고블린 계곡은 사막지대이지만 비가 올 때 자라는 식생에 의지하여 초목이 자라고 이를 토대로 영양들이 서식한다. 영양들이 코요테와 같은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토양의 색과 유사한 보호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고블린이라 불리는 후두. 마치 고블린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지표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고블린 암석 뒤편 절벽으로 풍화와 침식에 의해 새로운 고블린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의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답사를 무사히 마치고 내일 살펴볼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의 숙소가 있는 토리를 향해 출발했다. 약 3시간 반가량 걸리는 장거리를 70번 고속도로와 24번 도로를 타고 이동하다가 행크스빌 못미쳐 약 19km지점, 산 라파엘 사막의 가장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어 들러보기로 했다. 마치 괴물 같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메운 고블린 밸리 주립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공원의 이름이 고블린(Goblin)! 그렇다. 고블린은 판타지 계열의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몬스터 중 하나로, 체구가 작고 쭈글쭈글하고 매우 못 생긴 요정이나 도깨비와 같은 괴물을 말한다. 바로 이런 고블린을 연상케 하는 바위들이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어, 계곡에 들어서면 계곡의 이름이 왜 고블린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기이한 암석들이 만들어진 것일까?

고블린 형상의 암석은 중생대 쥐라기 약 1억 7000만년 전 이곳이 바다였을 당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의 모래와 실트 그리고 진흙 등이 함께 쌓여 형성된 엔트라다층(인근 모아브에 위치한 아치스 국립공원의 아치가 형성된 암층과 동일)에 속한다. 엔트라다층이 지표에 모습을 드러낸 후 오랜 세월 지각에 가해진 충격으로 수직 또는 수평의 절리가 발생하고, 이러한 절리를 따라 모서리가 집중 침식되는 구상풍화(球狀風化)가 진행되어 둥그런 형태의 암반이 형성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암의 윗부분보다 약한 실트와 진흙의 아래쪽의 암석층이 더 빨리 차별침식과 풍화를 받게 된다. 특히 사막에 비가 집중되어 홍수가 날 때 자갈과 모래 등을 휩쓸고 지나가며 암석을 깎아내고 바람에 날린 모래먼지들이 바닥 주위의 암석을 때리면서 서서히 깎아내어 버섯 형태의 고블린이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낮 동안에 사막의 열기에 뜨거워진 암석이 팽창했다가 밤에 급랭하면서 수축하기를 반복하면서 암석이 떨어져나가는 과정도 고블린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어찌 보면 익살스러움이 묻어나는 버섯 또는 고블린 형상의 바위를 지형학 용어로 후두(Hoodoo)라고 한다. 이러한 후두로 가득한 고블린계곡은 마치 화성을 연상케 한다. 풀 한포기 없는 대지에 붉은색 기이한 사암들과 사암이 풍화된 모래더미와 둔덕 그리고 침식과 풍화가 진행되어 암석층을 드러낸 절벽 등만이 시야에 들어올 뿐 생명체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이 건조기후로 사막지형임은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명체가 전혀 살지 못하는 곳이 아니다. 몬순이 몰고 오는 비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일부의 식물들이 한시적으로 자라기도 한다.

고블린계곡이 세상에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20년대 후반 아더 채핀(Arthur Chaffin)과 하이트 페리(Hite Ferry), 두 동업자가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이곳을 들렀다가 고블린 암석의 특이한 경관을 보고 놀라워했다. 이후 1949년에 아더 채핀이 다시 돌아와 고블린계곡을 버섯계곡이라고 명하고 소유지화했다. 그러나 이후 1964년 유타 주정부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사들여 주립공원으로 등록하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글·사진 이우평 지리교사 (인천 부광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