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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기간은 대체로 길다. 징병제 국가에서 군복무 대신 '다른 것'을 한다는 건 일종의 특혜로 비치기 때문이다. 하여, 일반적 기간보다 다소 길게 사회복무요원은 2년 2개월, 산업기능요원은 2년 2개월에서 2년 10개월 복무한다. 전문연구요원은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모두 3년이다. 이밖에 예술체육요원을 비롯해 공중보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공중방역수의사, 공익법무관 등도 대략 3년 정도로 대체복무를 마친다. 이들은 자기 밥벌이 수단을 이어가며 일정 급여까지 보장되니 달리 불만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민감한 쟁점인 양심적 병역거부다. 종교적 믿음이나 개인적 신념에 잇대 전쟁이나 집총, 또는 특정종교 다수 신도처럼 군 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다. 한국전쟁 이후 긴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이가 옥고를 치렀고, 더러 맞아 죽어나갔지만 사회적 관심사 밖의 일이었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리려 하지 못했다. 사회적 침묵과 방관은 '그들은 당연히 그리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로 읽힌다는 점에서 '야만의 시대'라 해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렇게 반세기 이상 지난 끝에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해당돼 처벌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고 쟁점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영역으로 '지뢰밭'이 유력하게 검토됐다는 건 우리 사회 공적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의식수준을 보여주는 징표다. 이에 더해 국제사회의 권고를 초과하는 징벌적 복무기간(36개월, 육군 18개월의 2배)도 그렇다.

이와 관련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36개월 교정시설 합숙근무' 방식의 대체복무 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핵심은 대체복무기간 단축, 복무영역의 다양화, 심사의 독립성 보장 등이다. 이처럼 인권위원장이 지키려는 '양심의 자유와 인권'이 국방장관이 내세우는 '엄격한 국방의무 준수' 앞에서 과연 먹혀들지, 맞서는 두 영역의 가치는 과연 서로 조화로울 수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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