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요구하는 바를 들어주고 수출 차량을 인천항에서 선적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이 수출 차를 평택·당진항으로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인천시-인천지방해양수산청-인천항만공사(IPA)는 하는 수 없이 한국지엠 측에 손을 들어주었다. 자동차 물동량이 연쇄적으로 빠져 나가면 인천항의 타격이 심각해진다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백기'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땜질 지원'으로 해결된 일을 두고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결국 한국지엠이 수출하는 차량의 항비와 하역료 등을 깎아주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다른 업체에서도 물동량을 담보로 지원을 요구할까봐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아무리 인천항 일자리와 일감 등을 지키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번 처사는 뭔가 찜찜하다.

시·인천해수청·IPA·한국지엠은 그제 인천시청 시장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지엠 수출 차량 6만대를 평택·당진항으로 이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간담회에는 박남춘 시장, 박경철 인천해수청장, 남봉현 IPA 사장, 카허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참석했다. 앞서 각 기관 실무진과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 13일부터 TF팀을 꾸려 물량 이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시, IPA·인천내항부두운영, 한국지엠 3자가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1년 물량을 6만대로 치면 각 기관이 부담하는 금액은 3억여원에 이른다. 현금을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업계에서 너도 나도 물동량을 빼낸다고 '위협'하며 지원을 받아내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 항만 업계에서 비판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화주들이 '형평성 논리'를 들이대며 단가를 깎으면 이래저래 인천항은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지엠의 6만대 물량 이전으로 인천항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막을 대책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물론 이번 합의에 인천시가 적극 나서 중재한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인천항에서 기업을 하기 점점 어려워지지 않나 하는 항만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국지엠도 화주로서 수출 차량을 인천항에서 평택·당진항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다 해도, 물동량을 볼모로 지원을 받아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