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흩어진 한 남자의 '예술 조각'
백남준 글모음 한글번역개정판 출간
▲ 백남준 지음, (재)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447쪽, 2만원

백남준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백남준의 글 모음집인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국내 최초로 발간한 이 책은 백남준 연구자인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와 에디트 데커(Edith Decker)가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백남준은 "미래의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심령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심령력이 강한 집시의 나라, 불가리아 출신의 친구 크리스토가 미래에 가장 존경받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심령력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면 아날로그 소통을 지나 디지털 소통이 가능한, 더 나아가 세상 만물이 상보적으로 얽히는 양자(quantum) 소통이 가능한 미래의 세상을 암시한다.

백남준은 미래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간이 완전히 융합되며 사회 소통시스템이 자연적 환경에서 영성적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예술로써 예견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책의 제목인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예술 세계의 중요한 축인 인간·자연·기술 간 상호 소통과 융합에 대한 종적인 역사성과 횡적인 문화 다양성의 A부터 Z까지를 담고 싶은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8년 만에 재발간 된 <백남준 :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그동안 백남준 연구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도서로써 초판에 원문만 실렸던 5편의 번역문을 추가하고 원고 일부를 교체하는 등 새롭게 편집해 출간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 실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를 비롯해 '바이바이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테이프 월간지' 등 5개의 글을 번역해 게재하고 본문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던 '아사테라이트-모레의 빛을 위하여' 원문을 찾아 전문을 번역해 게재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누구보다 먼저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사유하고 실천했던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생생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