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 7년 동안 4차례나 유예된 사상 유례 없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전형적인 여야의 '폭탄 돌리기' 법안으로 냉대를 받았다. 2011년 제정된 이래 대체입법 등에 나서지도 못했다. 그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주장이 첨예한 법률이었다. 유예기간 종료에 따라 갈등 상황의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강사법)은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법률 개정안이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바른미래당 이찬열(경기 수원시갑) 교육위원장이 대표 발의해 내년 8월 시행될 전망이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시간강사의 비중은 크다. 강사법 개정은 시간강사 개인을 넘어 대학과 학문 발전에 영향을 끼칠 사안이다. 1990년대부터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은 시간강사의 비정규직 고착화에도 작용했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는 1998년 국민대 시간강사 자살 이후 서울대, 건국대, 조선대 등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시간강사법이 반대에 부딪힌 구조적 결함은 이렇다. 첫째, 1대학 1주일 9시간 이상 책임시수 규정은 강사의 대량해고를 촉진할 수 있다. 둘째, 전임교원 범주에 각종 차별을 받는 강사 직제를 넣는다면 교수직의 비정규직화를 초래할 뿐이다. 셋째, 1년이라는 짧은 계약기간으로는 교원소청심사권이나 재임용심사권이 없어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넷째,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재정추계를 대학에 무책임하게 일임함으로써 최저임금도 보장할 수 없다. 다섯째, 1년 단위로 계약기간이 연장된다고 해도 신분보장과 고용안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풀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대학 강사 제도개선 협의회'를 구성하고 18차례 논의를 거쳤다. 장기간 유예됐던 법안은 비로소 대학과 강사 측이 합의한 단일안을 도출하게 됐다.
주요 개선 내용은 임용기간·임금 등의 사항을 서면으로 계약하고, 1년 미만의 임용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했다.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하고, 재임용 거부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소청심사권도 명시했다.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등 처우개선 내용을 보완했다.
이찬열 의원은 "일명 '보따리장수'로 불릴 정도로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관련예산을 확보해 대학 고등교육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