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인천코트라지원 단장


인천을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출발은 인천에 대한 좋은 표상을 만드는 데 있다. '표상'이란 눈앞에서 보듯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세계인이 마음 속에 그리는 인천, 나아가서 한국에 대한 표상은 케이팝과 한국드라마가 견인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필자가 3년간 근무했던 브라질에서 최고 명문 USP 대학에는 한국어과가 있어서 매년 30여명의 브라질 학생들이 배출된다. 먼 남미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한 일인데, 이들 대부분은 케이팝에 매료된 이후 마음 속에 그린 한국을 직접 알기 위해 한국어를 선택했다. 또한 수십 만의 브라질 케이팝 팬들은 한국행 티켓을 주는 케이팝 경진대회에서 입상해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한다.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가상세계를 통해서도 인천을 보고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아날로그의 실제 현장과 맞추어 보려는 수요는 항상 존재한다. 디지털은 뇌와 손가락만 자극하지만, 아날로그는 몸과 마음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방문했던 인천에서 느낀 즐거움을 회상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는 경우에 가상현실로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표상은 도시의 매력도를 높인다. 서구 도시들은 세계에 영향을 준 역사적 사건의 축적으로 세계적 도시로 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통신·언론·출판·영화 등 자신들이 통제 가능한 미디어 자산의 도움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시의 긍정적 표상을 심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예술의 파리, 세계경제의 뉴욕, 금융의 프랑크푸르트, 제국의 로마, 성지의 예루살렘 등 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졌다.아울러 '자연 경치'와 '역사 유적지'에는 역사, 신화, 전설, 민담, 소문, 목격담을 이용하여 관광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긍정적 표상을 갖도록 만들었다.

즉 언어나 글로 상상의 실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표상으로 부풀려진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 라인강의 '로렐라이 요정상'은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주기도 한다.
신뢰는 좋은 표상을 갖기 위한 기초이다. 시민들의 미소와 친절은 방문객들을 편하게 해주고 경계심을 해소한다. 많은 사람이 찾는 섬나라 싱가포르에 무슨 볼것이 그리 많겠는가? 시민들의 친절과 늦은 밤에 길거리를 다녀도 안심되는 치안에 대한 신뢰가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반면 어떤 사람이 한 해외도시에 좋은 표상을 갖고 갔는데 출입국 과정에서 불법입국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취급될 정도로 샅샅이 검색을 받고 일정에 대해 취조를 받는다면, 도시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떨어져서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수출이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에 편중되어 있는 한국은 다음 세대에 먹고살 산업을 찾고 있다. 관광서비스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산업이다. 제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 감소로 침체된 지방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17년째 관광수지 적자를 보이는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에 대해 관점과 전략의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제조업을 키워왔듯이, 관광산업도 나아갈 좌표를 설정하고 세부사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의 욕구를 현장에서 만족시켜 주는 관광, 의료, 교육 등의 서비스 산업은 사람이 기계를 상대하는 제조업과 달라 서비스 대상에게 긍정의 표상과 신뢰를 주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인천은 계절마다 다른 도시의 색깔, 수많은 섬, 아름다운 해안, 다양한 계절음식 등을 지녀 아름다운 풍경화의 도시로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긍정적 표상과 신뢰,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는 다시 찾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