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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교리 갯벌을 조사하기 위해 갯벌로 향하는 파랑기자단.

▲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의 모습.

▲ 파랑기자단이 갯벌 조사를 위해 갯벌을 파헤치고 있다.

호미로 직접 갯벌 파보니 민챙이·밤게 등 다양한 생물 확인돼
준설토 1투기장 이어 멸종위기종 발견된 2지구도 매립 추진 중


영종도의 원래 이름은 제비가 많은 섬이라 해서 '자연도(紫燕島)'였다. 그러다가 조선 중기 때 지금의 이름인 영종도가 됐다. 인천공항은 이곳 영종도와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사이를 간척한 땅 위에 들어섰다. 문제는 간척으로 인해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에 있던 갯벌 1400만평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라는 뜻의 '갯'과 '벌판'의 '벌'이 합쳐진 말로 밀물 때는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나는 땅이다. 갯벌은 자연을 정화해 주고 철새나 다른 생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자연재해 완충 역할까지 한다.

지난달 27일. 파랑기자단은 인천 중구에 있는 덕교리 갯벌로 향했다. 이날 덕교리 갯벌의 바람은 매우 거셌는데, 파랑기자단은 두꺼운 양말을 신고 갯벌에 직접 들어가 생태 환경 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호미로 땅을 파보기도 하고 직접 손으로 생물들을 채집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민챙이와 갯지렁이 그리고 앞으로 걷는 밤게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파랑기자단에게 갯벌 생물에 대해 소개하던 유종반 생태교육센터 이사장은 "덕교리 갯벌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며 "서해비단고둥을 자세히 보면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갯벌이 사라진다면 이곳에 살고 있는 수 십여종의 생물도 모두 죽게 된다"며 "갯벌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덕교리 갯벌을 거쳐 파랑기자단은 갯끈풀이 발견된 장소인 예단포 선착장으로 향했다. 영종도 갯벌은 칠면초라는 염생식물로 덮여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새싹처럼 생긴 초록색의 식물이 갯벌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갯끈풀은 '갯벌 파괴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갯벌에 자리 잡은 갯끈풀은 모든 영양분을 흡수해 주변 생물을 죽인다. 이에 어민들은 갯끈풀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갯끈풀 제거 작업에 나선 김경순 운북어촌계 간사는 "여러 환경 단체로부터 갯끈풀의 위험성과 생태계 파괴성을 듣고 제거 작업을 했다"며 "어민들 힘으로는 부족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영종도에는 갯끈풀과 함께 다른 문제도 있었다. 바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이다. 실제 이날 찾은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은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큰 배가 지나다니기 위해서는 밑에 흙을 퍼내야 한다. 이런 흙을 준설한 뒤 버리는 곳이 준설토투기장이다. 영종도에는 제1투기장과 제2투기장이 있다. 제1투기장은 이미 매립이 끝나 '드림아일랜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영종도와 준설토투기장 사이의 갯벌인 영종2지구의 규모는 130만평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갯벌을 매립해 개발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종2지구의 갯골은 영종도의 북쪽과 남쪽을 이어주고 있다. 만약 갯벌 매립으로 물길이 끊긴다면 다양한 환경 문제 역시 유발한다. 또한 이곳에는 지난 7월 흰발농게가 발견됐다. 흰발농게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드물게 관찰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흰발농게의 대체서식지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고, 일부 매립을 하더라도 서식지의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매립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매립에 의해 갯골이 없어지면 갯벌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경동휘(부평고 2)·임한결(김포고 1)·안서연(서울리라아트고 1)·정하윤(신현고 1)


갯벌 잡는 또하나의 적, 갯끈풀


인천 중구 영종도 어민들이 갯벌에 나타난 '갯끈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갯끈풀이 갯벌 파괴자라 불리는 유해 해양생물인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종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종도 인근 갯벌에 갯끈풀이 나타났다. 1m에서 최대 3m까지 자라는 갯끈풀은 높은 번식력으로 군집을 형성해 자라며 갯벌의 영양분을 모두 빼앗는다. 실제 지난해 강화도 동막 갯벌에는 갯끈풀 2㎞ 규모가 발견돼 대대적인 제거 작업이 펼쳐졌다.

문제는 강화도에서 발견된 갯끈풀이 영종도 예단포 선착장 인근 갯벌까지 퍼졌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강화도 갯벌에서 발견된 갯끈풀 씨앗이 물길을 따라 영종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경순 운북 어촌계 간사는 "갯끈풀을 처음 봤을 땐 예뻐서 사진도 찍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 키만큼 커서 깜짝 놀랐다"며 "어느 순간 갯끈풀이 있는 갯벌 주변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갯끈풀은 한 번 생기면 기하급수적으로 자라 갯벌을 파괴한다. 그러나 어민들이 일일이 호미나 삽 등으로 뿌리까지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8월 인천시 관계자와 영종도 어민들은 함께 갯끈풀 제거 작업에 나섰지만, 불과 1년 만에 다시 갯끈풀이 발견됐다. 김 간사는 "갯벌 오염 걱정에 약을 사용할 수도 없는데, 매번 갯벌에 들어가 사람 키 만한 갯끈풀을 나르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인 갯끈풀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갯끈풀은 뿌리로도 번식이 가능해 완벽히 제거해야 하지만 어촌계 인력으로는 힘들다"며 "갯끈풀 제거를 위해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채은·심소희(김포풍무고 1)·윤진(김포고 1)

/정리=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