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일본 도쿄에서는 2000년부터 경유차 규제(retrofit program), 자동차 관리계획, 저공해 차량 이용 등 자동차 공해에 대한 대책을 도입했다. 2003년부터 대형 경유차(트럭과 버스 등) 사업자를 대상으로 배출물질 저감규제를 시작했는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유차는 도심을 운행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2030년까지 개인승용 경유차 80% 퇴출을 목표로 도쿄 내 경유차의 신규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파리올림픽 개최시기인 2024년부터 경유차의 파리 도심 진입을 전면 금지하고, 2040년까지는 휘발유차를 포함하여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모든 내연기관 차량운행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2월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EURO 5'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유차는 운행할 수 없으며, 내년 9월부터는 'EURO 5' 경유차 차량의 운행도 금지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11월8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2009년부터 시행해온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하기로 했다. 당시 경유차가 휘발유보다 연비가 더 좋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이유로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를 장려해왔다. 이로 인해 2011년 36%였던 국내 경유차 비중은 작년 43%까지 높아졌고, 경유차는 자동차 미세먼지 배출량의 92%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번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에 따라 소상공인 등이 노후 경유트럭을 폐차하고 LPG 1t 트럭을 구매할 경우 최대 165만원이었던 조기폐차 보조금에 추가로 400만원을 지원하고 중·대형 화물차의 폐차 보조금(현행 440만~770만원)을 현실화한다. 또한 공공부문의 친환경차 구매비율을 2020년까지 100%로 높여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를 실현하기로 했다.

2018년 9월 현재 인천시 등록차량 155만8천여 대 중 67만6000대가 경유차다. 인천의 경유차 비중은 서울의 36.7%에 비해 43.4%로 높은 편이어서 경유차 퇴출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대기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야 할 특징이 있다.
인천의 화물자동차 19만여대 중 가스차 등으로의 전환이 쉬운 3t 미만 화물차 비중은 85%로 서울의 91%에 비해 낮은 반면, 상당기간 대체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10t 이상 화물차의 비중은 서울의 2.1%에 비해 훨씬 높은 8.0%이다.

전국 평균인 4.2%에 비해 거의 2배에 달한다. 승용차 1대당 연간 배출량이 2.6㎏인데 반해 중형화물차와 대형화물차가 각각 7.9㎏과 155.7㎏으로 3배와 60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경유차 중점관리가 어떤 대상차종을 향해야 할지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2030년까지 경유차 제로화를 실현하기로 한 정부의 이번 대책에도 불구 대체차종이 없는 경우는 예외라는 단서조항이 마음에 걸린다. 공공기관에는 승용차보다 폐기물처리차·청소차·고가사다리차 등 특수차 비중이 높은 편이고, 중대형 화물차량일수록 경유차를 대체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관련기술의 상용화가 지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도 경유차를 줄여야 하는데, 경유차에 징수해왔던 환경개선부담금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를 지급하여 논란을 빚었던 화물트럭에 유가보조금 조정이나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함께 이뤄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도입이나 단계적 유류 상대가격 조정방안 등에 대한 후속 보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면, "타이틀은 그럴 듯한데 대책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실속이 없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특히 인천에서는 더욱 그렇다.

10년 넘게 추진해온 대기개선대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계획이 잘못되었거나 정책수단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이미 수립한 저감대책들이 현장에서 집행되어 성과를 만들고 있는지 이행평가를 제대로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지적이야말로 미세먼지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환경부를 포함한 정부부처와 실천주체인 지자체 모두 곱씹어봐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