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위한 선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지난 9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8 국제기구-MICE 커리어페어' 개막식에서 헬렌 권카라울(Helen Kwon-Karaul)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인사과장은 유엔 채용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커리어페어 현장에는 9개 국제기구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자리해 전국 곳곳에서 온 1500명의 시민·학생들과 현장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오후에는 공동설명회와 모의면접 프로그램 등 실질적인 채용 노하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하루 종일 바쁜 시간을 보낸 국제기구 인사담당자 3인을 만났다. 특별히 인터뷰에 응해준 이들은 유엔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국제기구별 목표와 업무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진출을 원하는 이들에게 '선배'가 될 수도 있는 인사담당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기구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1.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에 참석한 김일애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행정사무관 모습.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에 참석한 김일애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 행정사무관 모습.

김일애 행정사무관 (Administrative Assistant)

"열정적인 한국인들이 국제기구에 더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엔은 지난 2015년 세계인들을 위한 공동발전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제시했다. 이는 2030년까지 빈곤 종식·성평등·웰빙·국가 간 불평등 감소 등의 내용을 담은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를 달성한다는 내용이다. 슬로건은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SDGs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유엔지속가능발전센터(UNOSD)다. 열약한 환경을 가진 국가들을 위한 SDGs 전략 수립과 방안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국내 센터는 2011년 유엔사무국과의 협약으로 만들어진 이후 환경부, 인천시, 연세대 글로벌캠퍼스의 운영협약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일애 사무관은 센터 활동의 행정 지원 업무를 한다. 이와 함께 인천 청소년을 만나는 강연 등 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Q. UNOSD의 주요 업무를 소개해 달라.
A. 현재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개발도상국이다. 이들이 SDGs라는 인류 보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부족한 역량을 지원하거나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주 업무는 지식공유, 역량 개발, 정책연구·분석, 대외교류 등이다. 지난 1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8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UNOSD 주최로 '포용적이고 회복 가능한 도시를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특별 세션이 열렸다. 
 
Q. UNOSD에 필요한 인재상은?
A. 유엔 소속원에 요구되는 핵심가치는 고결한 자세, 전문가 의식, 다양성 존중 등 3가지다. 추상적이긴 하나 이 가치관이 결국 핵심이다. 예로 현재 센터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턴 5명 모두 국적이 다르다. 네팔, 케냐, 우즈베키스탄, 홍콩, 한국 이렇게 5명인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어떤 업무도 할 수 없다. 개방적인 자세로 교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Q. 한국인 실무진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면? 
A.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유엔 임시직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현재 유엔에서는 능력 있는 청년들을 위한 여러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국제기구 특성상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앞서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단기 프로그램으로 참여해 실무를 미리 경험하면 좋다. 이를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 결국은 다 자신의 커리어로 남게 된다. 그동안 본 한국인들 대부분 일머리가 좋고 똑똑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젊은이들이 더 많이 도전했으면 한다.
 또 이같은 국제기구 행사를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6년 전 국제기구 진출을 준비할 때만 해도 정보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 최근 커리어 행사가 열리면서 한국인들의 지원이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행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
 
 
2.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에 참석한 최혜경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팀장 모습.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에 참석한 최혜경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팀장 모습.

최혜경 팀장 (Program management assistant)

"전 세계의 뒤쳐지지 않는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보람된 일인 동시에 도전 의식이 생기는 일이기도 해요."

지난 2006년 한국에 설치된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기 위한 공공 부문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태평양과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 위치한 열약한 환경의 국가 정부를 대상으로 연구·정책분석, 역량 개발, 대외협력 등 3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최혜경 팀장은 센터 내 업무들을 총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Q. UNPOG의 주요 업무를 소개해 달라.
A. 쉽게 말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좋은 지속가능발전 사례를 모아 상대적으로 부족한 곳에 도입해준다고 보면 된다. 한국 전자정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센터는 193개 유엔회원국 가운데 3위를 차지한 한국 시스템을 타 국가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 우선 인프라 조성은 물론 공공행정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또 시민 정보 리터러시 교육에도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외부기관과의 연결해주는 일도 한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매일 사례 연구, 역량개발 수요 연구 등을 수행한다.
 
Q. UNPOG에 필요한 인재상은?
A. 공공행정과 관련해 업무경험이 있다던가 관련 지식이 있는 것도 좋지만 사실 핵심은 적응력이다. 팀과 함께 일을 하는 만큼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빨리 수행할수록 좋다. 우리 센터는 규모는 작지만 인턴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큰 역할 하나씩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석·박사 학력이 유리한 건 어쩔 수 없다. 연구 업무를 주로 수행하다 보니 실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연구 경력이 있으면 좋다.
 
Q. 채용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전용 지원 사이트를 통해 공고가 난 이후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하게 된다. 이 서류는 기본 요건 기준에 따라 한 번 걸러진다. 통과한 이들에 한해 유엔적성시험(GGST·글로벌 제너럴 서비스 테스트)이나 객관식 시험을 한 차례 실시한다. 경력직은 시험 없이 인터뷰를 보기도 한다. UNPOG 시험은 공공행정에 관련된 지식을 기본으로 하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등 창의성을 보기도 한다. 이후 몇 차례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과정은 대부분 기구가 공통적이다. 다만 인턴 채용은 기구별로 경로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센터는 행정안전부와 유엔본부를 통해 인턴을 채용한다. 
 
 
3.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서예진 대외협력 담당자 모습. /사진=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9일 국제기구-마이스커리어페어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부스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서예진 대외협력 담당자 모습. /사진=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서예진 대외협력 담당자 (Senior External Relations Assistant)

"인도주의적 관심은 필수입니다. 국제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노벨평화상을 2차례 수상하는 등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6년 한국대표부로 승격된 이후 서울 중구에 사무소가 위치해있다. 한국대표부는 주로 난민 인식 제고를 위한 대외활동 위주로 활동한다.
 
Q. UNHCR 한국대표부로 활동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A. 현재 외부기관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국제난민을 직접 만나진 않지만 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며 보람을 느낀다. 난민은 누구나 인정하는 취약계층이 아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어 기쁘다.
 
Q. UNHCR에 필요한 인재상은?
A.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 활동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우리 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활동에 대한 열정도 필요하다. 특히 현장에 나가는 경우 중동과 같은 위험한 분쟁 지역에 가는 경우도 많다. 자연스레 개인적인 삶을 희생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보다, 타인을 위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Q. 어떤 경력이 있으면 유리한가?
A. 딱 정해진 경력은 없다. 회계 전공자를 뽑을 수도, 디자인 전공자를 뽑을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어떤 분야 전공자라도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국제정치에 대한 관심은 있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전문성이 아닐까한다. 전문 분야를 가지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는 게 핵심이다. 

물론 유엔공용언어는 기본이다. 최소한 한 가지는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제네바 본부의 경우 반드시 2개 이상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