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현 인천KOTRA지원단 수출전문위원


KOTRA 해외무역관에서 확인한 2017년 무역사기 건수는 104건에 이른다. 2016년 45건에 비해 2배 이상, 2015년 33건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8월 현재 94건의 무역사기가 확인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엔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무역사기 지역은 아프리카, 유럽, 중국, 동남아 순으로 지역에 상관 없이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피해 발생 전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 올해 인천 KOTRA에서 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발생한 몇 가지 사례를 들여다 보자

첫째 사례. 국내 S사는 기계를 제작하는 연 매출 15억원의 기업으로 수출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중국 바이어로부터 구매 의사를 받고 협상 과정을 거쳐 중국 현지로 출장을 가서 A사와 계약(미화 80만달러)을 체결했다. 연간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출계약을 맺은 들뜬 기분으로 그날 저녁을 바이어에게 대접하기로 하고 음식점에 가서 보니 바이어 측에서 10명이 참석했다. 약 250만원어치의 저녁을 사고 귀국한 후 진행 상황이 없자 S사는 인천KOTRA에 문의를 했다. 확인한 결과 유령회사로 밝혀졌고, 물론 계약도 이행되지 않았다.

둘째 사례. 아프리카 가나는 중고자동차를 한국에서 많이 수입하고 있다. 통상 중고자동차의 경우 바이어가 한국으로 와서 자동차 성능을 확인하고 가격을 결정한 후 선적까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도인 아크라에 소재한 중고자동차 수입업체 조합(5개업체로 구성)에서 빠른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해 중고차를 수입하겠으니 방문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내달라고 국내 무역업체에 요청해 왔다. 이에 인천KOTRA에서는 초청장 발급 후 불법 체류자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므로 진성 바이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 희망자들의 명함과 여권을 받고, 또 제품에 대한 협상을 한 결과 중고자동차에 대해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업체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초청장을 발급하기 직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바이어에게 KOTRA 아크라 무역관에 가서 인터뷰를 하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바이어는 무역관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교신도 중단됐다.

셋째 사례. 2017년부터 제빙기를 생산하는 국내 D사에 파키스탄 무역회사에서 파키스탄 제빙기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므로 D사 제빙기를 수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방문해 생산 현장과 제품 질을 직접 확인하고 계약(4만달러) 체결을 하고 싶으니 방문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D사의 경우 제빙기를 2017년부터 제조하기 시작해 국내 시장에 초기 진입한 단계이고 수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인천KOTRA에 모든 내용을 공유하면서 바이어와의 협상을 진행했다. 초청장 발급 이후 불법 체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인천KOTRA에서 바이어의 홈페이지, 전화와 팩스 번호 들을 문의했다. 그 결과 홈페이지는 있으나 대표자 외모가 파키스탄인이 아닌 서구인이었으며, 홈페이지 내용도 특별하지 않고 전화와 팩스 번호도 메일로 보내 온 것과 달라 의심을 갖게 됐다. 이에 진성 바이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초청장을 발급하기 전 계약금액의 10%를 D사로 송금하라고 했다. 그 결과 바이어는 송금하겠다고 말을 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기 회사 담당자가 사직해서 시간이 걸린다, 은행 송금 절차가 까다롭다'는 등의 변명만 늘어놓으며 송금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무역사기는 수출을 추진하는 우리 기업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사전 대응으로 피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국내 초청업체가 초청장을 발급한 후 국내에 입국해 바로 다른 회사에 불법 취업을 할 경우, 초청서를 발급한 국내 기업은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렇게 초청장을 발급해 달라든지, 아니면 통상적인 협상 과정 없이 큰 계약을 제시하면서 접근하는 바이어들이 있으면 인천KOTRA와 협의해 사전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