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계·곡반정동 등 집단 출몰
울음 소음·배설물 오염 예고
시, 퇴치 작전 비상체제 돌입
근본 해결 방안 못찾아 고민
▲ 3년째 늦가을 수원 도심을 찾아온 떼까마귀가 14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외곽도심을 비행하고 있다. 새들은 추수가 끝난 인근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팔달구 인계동등 도심으로 이동한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수원 지역에 올 겨울도 겨울철새 '떼까마귀'가 출몰했다.

자연환경이 풍부한 곳이 아닌 도심지를 찾아온 특이한 상황이 3년째 이어졌다.

매년 떼까마귀 배설물 등으로 곤욕을 치른 수원시는 우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하면서, 근본적 해법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14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수원 인계동·곡반정동 등 지역에 주·야간동안 떼까마귀 수백마리가 집단으로 하늘을 날거나 전선 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떼까마귀 출현으로 시의 대응 시스템도 가동됐다.

시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떼까마귀 대응 매뉴얼'은 ▲안내 및 홍보 ▲배설물 청소 ▲떼까마귀 퇴치 ▲조류독감(AI) 분변 검사 ▲방역 등 상황별 대응요령을 담고 있다.

떼까마귀의 방문은 시가 사전에 예상했으나, 그다지 바란 것은 아니었다.

2016년부터 이맘때쯤이면 수원 전역에 수천마리의 떼까마귀가 나타났다.

떼까마귀는 시베리아에서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가는 겨울철새로, 오래전부터 농경지가 많은 평택이나 화성 지역에 출몰했다. 도시인 수원이 출몰지가 된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군집성이 강한 떼까마귀가 단체로 비행하고 휴식하는 과정에서 '깍깍'하는 강한 울음소리를 내는가 하면, 분변으로 인한 오염도 발생했다.

AI도 걱정거리다.

현재까지 떼까마귀로 인한 AI 감염 발생 사례는 없지만, 시는 주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떼까마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매달 분변을 채취해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시는 지난해 떼까마귀 출현 지역을 다니며 배설물을 청소하는 '기동반'을 운영하는 동시에 조류가 기피하는 녹색 빔 '레이저 퇴치기' 3대를 구입, 떼까마귀를 쫓아내는 작업을 벌인 바 있다.

그 결과 머무른 기간이 한 달이 줄기도 해 시는 올해의 경우 떼까마귀가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내다봤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시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분변을 치우고 쫓아내는 행정적 대응은 한계가 있으나, 해결할 방안도 마땅치 않아서다.

시는 지난해 '전선지중화'가 떼까마귀 퇴치 방안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한국전력 경기지사에 전정지중화 사업에서 떼까마귀 주요 출현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전의 예산이 부족해 전선지중화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과 같이 떼까마귀와 공존하는 방안도 도심지 특성 탓에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주민 피해가 없도록 안내는 물론 배설물 청소, 레이저 퇴치, 방역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도심은 야생동물과 주민이 부딪힐 일이 많기 때문에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