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거센 반발에 도의회 조례안 제동
16개 광역지자체도 예규 개정에 부정적

 

이재명 경기지사가 관급공사의 예산절감을 위해 강력히 추진하는 '100억 미만 관급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졌다.

당초 예상했던 건설업계의 반발은 물론 경기도의회마저 조례추진을 놓고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이 지사가 추진했던 행정안전부의 관련 예규 개정 또한 경기도를 뺀 16개 광역자치단체가 반대의견을 표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14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8월23일 도가 100억 미만 관급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기위해 건의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에 대해 16개 광역지자체로부터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16개 광역자치단체는 모두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대전시와 광주시, 대구시, 울산시, 강원도 등 13개 시·도는 부실공사 우려, 건설업계 보호, 각 시·도별 다른 공사비 산정으로 업계 혼란 등을 이유로 예규 개정을 반대했다. 특히 강원도는 '100억 미만 건설공사 예정가격 산정 시 표준품셈 적용은 중·소 건설업체 보호의 핵심'이라고 했으며, 대전시는 '공사비 산정이 지자체별로 다를 경우 건설사업과 관련한 업계 등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시와 인천시, 부산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당장의 예규개정을 반대했다. 인천시는 '건설경기 불황 국면에 있는 현시점에서 개정 추진은 면밀히 검토해 시간을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도의 예규 개정 건의에 대해 타 광역지자체의 의견을 듣기위해 조사를 실시했다"며 "반대입장에 행정안전부의 예규개정이 어렵지 않겠나. 국토부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행안부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지사가 추진 취지로 밝힌 '예산절감'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내 100억 미만 관급공사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주 중 행정안전부에 예규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8월 17일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건의했다. 도는 100억 미만 관급공사에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할 경우 예산 절감 효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도지사에게 표준시장단가 적용에 대한 결정권한을 줘 지방분권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생존권 문제라며 결사반대하고 있고, 경기도의회마저 도가 발표한 관련 조례 개정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도의회는 이날 경기도청 건설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조례 개정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100억 미만 관급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놓고 반대입장이 이 지사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에서 이 지사가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위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일 SNS를 통해 "시장가격보다 7~8% 비싼 표준품셈으로 관급공사를 발주하라고 강요하는 구시대 적폐가 아직도 남아있다"며 "바로 잡을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