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혈세 투입 신축동엔 호스피스 - 기존 병동에 외상 환자" 지적 … 道 수수방관

경기도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은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의 병상 배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상센터 감독기관인 경기도가 병상을 잘 못 배치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4일 경기도청 복지여성실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영봉(민주당·의정부2) 도의원과 왕성옥(민주당·비례) 의원이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1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문을 연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는 성모병원 응급실 앞 지상 5층, 전체면적 5386㎡ 규모로 건립됐다. 건립에는 국비80억원, 도비 50억원 등 130억원의 국·도비가 투입됐으며, 병원은 142억여원을 부담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2014년 11월 의정부성모병원을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로 지정하고, 응급실 앞에 4층 규모의 증축을 추진했다. 여기에 경기도가 지난해 5월22일 50억원을 투입해 외상환자 전용 13병상 추가를 추진하면서 5층 규모로 증축됐다.

하지만 현재 5층에 설치된 13개 병상은 외상전용병상이 아닌 호스피스 병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외상전용병상 13개는 신관 6층에 마련했다.

이는 경기도 권역외상센터 건립 추진 지원단을 운영하며 이미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이나, 반영되지 않았다.

이영봉 의원이 도에서 제출받은 '경기도 권역외상센터 건립 추진 지원단 합동점검 회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합동점검을 실시한 두 명의 전문가는 지난해 8월 17일 이미 권역외상센터 시설배치의 문제를 지적했다.

A전문가는 신축동 5층에 위치한 호스피스 병동을 외상전용 병동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유로는 신축동이 시설비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과 진료연계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들었다.

B전문가는 호스피스 병동이 목적이 맞지 않는 시설로 계획돼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원단은 이를 통해 '13개 외상병상은 4층으로 이동, 전공의 숙소와 같은 층에서 진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의료체계상 외상병상을 흩어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전문가들의 반대의견이 제시된 상태에서 병원안을 그대로 수용해 준 것"이라며 "도가 지도 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왕성옥 의원은 "피를 흘리고 있는 외상환자에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며 "도의회가 현장방문을 했을 때도 문제점을 알고 있는지 4층과 호스피스 병동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전문가가 병상구조를 지적했을 때, 5층에 외상병상을 두기 위해서는 기존 공사를 철거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신관에 외상병상을 설치해도 진료에 큰 문제가 없다는 복지부와 병원의 판단에 따랐다"며 "도가 향후 3년간 외상권역센터 운영협의회에 참가하는데, 이번 지적사항에 대해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