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전년비 71% 줄여...10개군·구 사업도 위축 우려

 

생활쓰레기 증가로 청라 광역폐기물 소각장 증설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인천시가 정작 쓰레기 줄이기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폐기물 감량 정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시는 내년도 생활폐기물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70% 이상 줄이는 황당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시의 정책 사업인 생활폐기물 감량과 직매립 제로화 지원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5억원으로, 올해 예산(17억원)에 견줘 71% 깎였다.

이 사업은 인천지역 생활폐기물을 줄이고자 10개 군·구를 대상으로 감량 목표를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군·구의 각종 쓰레기 감량 사업을 지원하는 게 뼈대다.

지난해 군·구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모두 28만8388t이었고,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한 생활폐기물은 8만6009t이었다.

군·구는 작년 생활폐기물 양의 1.5%, 직매립 생활폐기물 양의 10%를 올해 감량 목표로 세웠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올 초 수도권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 등으로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 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6년 시정부 때 '2018년이 되면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제로화하겠다'고 한 선언도 헛구호에 그쳤다.

그나마 시의 생활폐기물 감량 정책이 생활폐기물의 증가 폭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문제는 내년도 정책 예산이 대폭 깎이면서 군·구의 생활쓰레기 감량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자체가 부담하는 폐기물 처리 부담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어, 생활폐기물 증가가 자칫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가 쓰레기 감량 정책에 손을 놓은 것을 두고 청라 광역폐기물 소각장 증설의 명분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실제 시는 하루 420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청라 소각장의 처리 용량을 750t 규모로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생활폐기물이 크게 줄면 소각장을 증설할 이유가 없어진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시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달성하지 못하고도 관련 예산을 깎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생활폐기물 감량 정책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