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전 인하대병원 대외협력홍보실장
'용인 해솔마을 정원 가꾸기 추진단' 꾸려
꽃 심고 산책로 만들어 등산 명소 유명세
▲ 김정희 전 인하대병원 대외협력홍보실장. /사진제공=해솔마을 정원 가꾸기 추진단


"단절됐던 대화가 열렸고, 마을은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마을의 이웃들이 뭉치면 못 이뤄낼 것은 없습니다."

반평생 대학병원의 간부 직원으로 사회공헌에 힘써온 인물이 용인시 작은 마을에서 '이웃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해 화제다. 그 주인공은 김정희(68) 전 인하대학교병원 대외협력홍보실장. 김 전 실장이 살고 있는 기흥구 언남동 법화산 자락(100번지 일대)에 위치한 '해솔마을'은 4만1926㎡ 규모에 빌라 7개 단지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거주 주민들도 고작 340여명이다.

워낙 소규모 마을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필요한 기반시설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주변 환경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더욱 문제는 이를 관리하거나 개선하려고 하는 주민들도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주민 김정희씨가 '해결사'로 나선다. 2016년 해솔마을에 정착, 농사일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인하대병원 대외협력홍보실장 출신이다.

그는 재직 당시 병원이 추구한 이념인 '지역사회공헌'에 발맞춰 소외계층과 장애우를 돕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할 정도였다.

올해 2월 김씨는 경기도가 공모한 '시민참여형 마을정원 만들기'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마을 입구부터 주택 주변을 정원으로 가꾸는 동시에 주민 휴게소, 산책로 등 필요시설을 짓는 김씨의 계획은 공모에서 당당히 선정됐다. 하지만 단 혼자서는 불가능이었다. 김씨는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마을 만들기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각 빌라 주민 대표로 구성된 '해솔마을 정원 가꾸기 추진단'이 3월 출범했다. 이후 수개월간 어른과 아이 할 것 없는 전체 주민들이 꽃나무 심기, 산책로 조성 등 작업에 동참했다. 작업 과정에서 주민들이 직접 자비를 보태는 훈훈한 상황도 나왔다.

주민들은 지원 사업비가 부족하자 후원과 '아나바다 행사'로 약 1000만원을 모아 부족한 목재 난간, 탁자, 화단, 마을 안내 간판, 벤치 등 시설을 제작해 설치했다.

김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변화로 해솔마을은 계절마다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물론 등산객도 찾아와 쉬어갈 정도의 명소로 발돋움했다.

추진단의 대표로 선출된 김씨는 단순히 정원을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마을을 관리하고 계속 활기를 불어넣는 중심 역할을 계속 하기로 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김정희씨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도 있는 상황이라 사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우리 주민들은 해냈다. 절대 나 혼자서 가능한 게 아니었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다. 앞으로도 나와 우리 주민들은 사람 냄새나는,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