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가정폭력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1997년 12월31일 제정하여 1998년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정의 가장 큰 의미는 과거 부부싸움 정도의 사적인 문제로 간주되었던 가정폭력을 명백한 범죄행위로 인식하고 국가의 사법체계 및 사회공동체가 적극 개입하여야 할 공적인 문제로 선언하였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가정폭력처벌법은 그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냄에 따라 현재까지 22차에 걸쳐 개정을 했다. 하지만 수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폭력범죄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통해 가정폭력을 방지하고자 가정폭력처벌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 발생 건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사법기관 역시 가정폭력을 '경미한 폭력사건'으로 치부해 버리는 인식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사법기관의 가정폭력을 사적이고 경미한 문제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은 가해자의 기소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검찰이 기소여부를 결정할 때에 가정폭력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할 수 있는 검사의 '결정전조사제도'가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불기소처분을 하는 경우 가해자에게 면책권을 주는 결과로 인식될 수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구속률은 평균 1% 미만이다. 이와 같은 낮은 구속률에 대해서는 가정폭력사건에서 구속여부는 피해자와의 격리와 연관되기 때문에 구속률이 낮다는 것은 피해자의 신변 및 재발에 대한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낮은 구속률과 기소율은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지속적·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가정폭력의 경우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정폭력은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하여 은폐·반복되는 특성상 그 초기 대응을 하기 어려우며, 폭력의 양상 또한 점차 심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최초 발생한 폭력에 대해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대응 및 피해자의 사후관리가 가정폭력 정책의 주요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가정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가정폭력의 발생원인 및 가해자의 위험성, 폭력의 유형 등을 포함한 주요 요인들을 기준으로 가해자를 유형화하고, 그에 따라 처벌과 치료를 통한 성행의 교정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병행하여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가해자의 성행교정을 강조하는 것이 곧 '가정보호'는 아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이 형사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처분을 그 처분유형으로 규정함으로써 '가정보호사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에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된 목적을 '가정보호'가 아닌 '가정폭력가해자'에 대한 '재범방지'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가진다. 가정폭력도 심각한 범죄유형이라는 인식이 목적규정에 반영된다면 가정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가정폭력'에 대한 국민과 사법기관의 인식도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민과 사법기관 모두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하고 적절한 처벌과 더불어 범죄피해자보호를 위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동시에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국가가 피해자에 대해 물질적·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신속하게 구제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폭력의 발생시점으로부터 신속한 국가의 개입을 요하며, 의료적 지원, 수사·법률지원 및 상담지원 등의 지원제도를 마련·시행해야 하고 이들 제도 간에 연계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