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양악열전·허튼소리·홍시희롱'의 '3李'   
[썰물밀물] '양악열전·허튼소리·홍시희롱'의 '3李'   
  • 김형수
  • 승인 2018.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수 논설위원

 

용동 권번(券番) 출신의 이화자(李花子)는 일제강점기 이름을 날린 인천 기생출신 여가수였다. 90년 전 작곡가 김용환(金龍煥)이 발탁해 OK레코드에서 첫 취입한 '어머님전상서', '꼴망태목동' 등 신민요였던 대중가요 여왕에 등극한 그이의 삶은 자신이 부른 '화유춘몽'(花柳春夢)과 같았다. 19살에 데뷔해 30여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는데, 그이의 '어머님전상서'가 소프라노 장소연의 감성으로 되살아났다. 공연은 육중하고 경쾌한 기계음이 잠시 멈춘 오랜 역사의 인천일보 윤전국 건물에서였다. 인천콘서트챔버는 개항 근세사에 꽃핀 노래들을 역사해설에 담아냈다. 팀파니스트 이승묵 대표의 편곡과 녹음으로 '근대양악'(近代洋樂)이 하나 둘 기록되는 현장이다. 인천 개항장에 역사문화의 향기가 되살아났다.

최근 권번 역사연구에 천착한 이영태 박사의 '프로이트의 농담이론과 시조의 허튼소리'를 받았다.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사설시조를 골라 프로이트의 '농담이론'에 빗댔다. 사설시조가 성(性)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허튼소리'로 인식되지만, 세련된 농담으로서 '빈연지오'(賓筵之娛, 술자리 오락)의 가창공간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손약정은 점심을 차리고 이풍헌은 술과 안주 장만하소/거문고 가야금 해금 비파 적 피리 장고 무고 악공을랑 우당장이 데려오소/글짓고 노래부르기와 기생 꽃보기는 내가 다 담당하리라'는 노래를 보면 술과 안주, 악공 그리고 기생들이 한 공간을 차지했다. 조선 명기들의 사랑과 이별, 재능과 품위도 페이지를 넘나든다.


엊그제 부평에 사는 이나혜의 첫 시집 '눈물은 다리가 백 개'를 건네받았다. 올해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출판기금 수혜자로 선정돼 발간한 시집이다. 표제시 '눈물은 다리가 백 개/지네처럼/백 개의 다리로/뺨에서 목으로 젖가슴으로 배꼽으로 치골로 다리로/스멀스멀 기어 다니네/이 근지러움이 좋아 심장은 종종 울음을 우는 것이지(후략).' 시집 발문을 쓴 김윤식 시인은 이 작가가 '라캉의 욕망이론'을 중심으로 석사논문을 쓸 때 '하필이면 성과 배설의 주제를 선정하느냐'며 토론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개항 근세사 대중가요를 발굴·재생하는 청년 뮤지션 이승묵, 남녀상열지사 스캔들 속에 핀 풍류장의 허튼 소리꾼 같은 이영태 박사, '둥글고/붉은 것들은 대체로 세상보다 높이 매달려 있다('홍시를 희롱하다니')'라는 시구를 펼친 이나혜 시인.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