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순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11월15일은 대입 수능시험일이다. 수험생에게는 그동안 땀 흘려 공부한 노력의 결실을 평가받는 날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입시험 변천사를 돌아보면 예비고사·본고사, 학력고사 시대를 거쳐 수능시험까지 숱한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 8월 발표된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뒷말이 무성한 걸 보면,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로 양분되는 요즘 풍토에서 자녀가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열망은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여기에 대학마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입시제도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각자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는 합의점을 찾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수능을 앞두고 학습 및 컨디션 관리 전략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공감되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 내용을 보면 수험생들은 수능 전 기운을 가장 북돋게 하는 것으로 '수능 후 즐길 수 있는 용돈,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응원 메시지, 가족과 함께하는 맛있는 식사, 친구들끼리 응원 메시지, 좋아하는 연예인 노래와 동영상' 등의 순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반면 수능 전에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은 '재수하면 되지, 누구는 벌써 수시 붙었다더라, 시험 잘 볼 수 있지?, 절대 실수하지 마, 시험 잘 보면 원하는 거 다 해줄게'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시험 결과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심적인 압박감에다 '혹시라도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아는 문제도 긴장해서 틀리지 않을까, 답안지에 잘못 옮겨 적지는 않을까, 준비물들을 빠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사는 수험생에게 부담을 주는 말이다. 지나친 관심은 피하고 수험생 입장에서 힘을 주는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필자는 34년 전 학력고사를 거친 세대로 올해 큰 딸이 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다. 혹시라도 부모의 기대치를 앞세워 딸에게 부담을 주는 못난 '꼰대'는 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전국 모든 수험생들이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시험도 잘 보고 맛있는 식사와 용돈까지 챙기는 풍성한 수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